입시 생활 때도 영어를 포기하고 국어 사탐에 올인했기 때문에, 영어 시험에서 what과 that 차이점을 묻는 문제가 나오면 무조건 틀리는 학생 중 하나였습니다. 대학교에 와서도 모의토익을 치면 600점도 안 되는 점수가 나왔고, 심지어 학년이 올라가 수능을 친 기간과 멀어질수록 400점대로 떨어지더라고요. 1형식에서부터 5형식 구분은커녕 영어 단어 외우는 게 제일 싫어서 늘 학원에서도 컨닝을 하던 불효자식이었습니다...^^
그런 불효자식이 졸업을 위해 토익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1형식~5형식부터 달달 외웠어요. 영어 단어는 정말 모든 걸 까먹은 0부터 시작했습니다.
사실 RC는 달달달 외우고 비슷한 문제 여러 개 풀고... 아무튼 푼다는 행위 자체가 재밌기라도 했는데 LC는 진짜... 영어 듣기만 해도 토나올 것 같았어요. 영국 호주 미국 발음 차이는 또 뭐고 진짜 뭔 문항마다 사회부적응자마냥 대답하면서 그걸 파트2 정답이라고 내놓는 꼬라지가... 화딱지 나서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다시 들을 수 없다는 것도 큰 단점이었어요. 솔직히 파트 2 지나면 울렁거려서 집중 안 흐트러지기 위해서 온갖 발악 해야 하지 않나요. 진짜 뭐라는지 더 듣고 싶지도 않고 짜증나는 거 참아낸다고 용써야 하는데 그래서 파트 4 점수 개처참했습니다. 아무튼 LC가 가장 고역이었어요.
처음 토익 치고 700 후반 나왔는데 솔직히 내가 공부한 게 있는데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남들 다 한두 달만에 900 딴다고 해서 노베이스인 나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게 오산이었죠. 자만이었다는 거 아는데... 그렇게 한 달 뒤 두 번째 시험 치고 대충 채점해보니 870 정도 나온 거 보니 멘탈 터졌습니다. 해커스 모의채점에서 이번 문제가 어려웠으면 900 넘을 수 있는 걸로 나왔었는데 다행히 어려웠나봐요. 905점 나왔네요.
미련 없이 떠납니다.
더 하면 토할 것 같아요. 영어를 잘 하고 재밌게 하는 사람들 진짜 개신기합니다. 이 과정이 즐거우신가요? 사실 하는 대로 성과가 쑥쑥 나면 즐거울 것 같긴 합니다. 저는 영어에 대해 빡대가리인 건지 너무 힘들었습니다. 한동안 이 괴로움에 대해서 잊고 있다가 이거 후기 쓰다보니 갑자기 점점 화가 나네요. 전 한국어가 좋습니다. 문학 최고.
그래도 열심히 한 내가 대견합니다.
토익 만료가 1년 남았는데요.
하 진짜... 다음에는 또 어떻게 치지.
굉장히 막막하네요.
1년 뒤 저는 또 파트2 소시오패스들 말에 적절한 대답을 찾고 있겠죠.
큰일났습니다. 벌써 단어 다 잊었습니다.
영어는 평생공부라고도 하죠. 저는 그 말에서 빼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죠 어쩌겠습니까. 지금은 지치니 1년 뒤부터 다시 공부해보려고요.
힘내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