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03.30
“지방대 나와 취직 별따기”편입학원들 수강생 북새통
#1. ‘학벌 상승’의 꿈, 20 대 1 =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의 ㅇ편입학원. 강의실마다 수십명의 학생들이 빼곡하게 들어앉아 강사의 실전문제 풀이를 듣느라, 문을 열어도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강의가 없는 10일에도 곳곳에서 학생들이 자습을 하고 있었다. 한 여학생은 “요즘 ‘시즌’이잖아요”라고 짧게 대답하고, 다시 책 속으로 고개를 파묻었다.
대학들이 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편입생 모집에 들어가면서 막판 편입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편입 모집인원은 올해 1학기에만 전국 180여개 대학에서 3만5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평균 경쟁률이 20 대 1에 이르러, 중복 지원을 고려하면 연간 약 20만~30만명이 편입에 매달리는 셈이다. 〈그래프〉
편입 열풍은 취업난과 직접 맞닿아 있다. 충남 ㅊ대 컴퓨터공학과 황아무개(24)씨는 같은 전공의 서울 ㄱ대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취직 등을 위해 좀더 평판 있는 대학으로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ㄱ대 김아무개(26)씨는 “지금 다니는 대학에서 일류기업에 취직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열풍의 이면에는 ‘학벌 상승’의 꿈도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서울 ㅅ대 한문학과에 편입한 김아무개(22)씨는 “지방대 나와서는 제대로 대접받기가 힘들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취업률이 낮은 학과의 경쟁률이 치솟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김진석 인하대 교수(철학과)는 “편입은 기존 사회구조 속에 신분 상승을 꿈꾸는 약자들의 몸부림”이라고 풀이했다.
●편입 후
장학금 등 재학생과 차별 입사원서·면접때도 ‘꼬리표’
#2. 또다른 차별의 이름 ‘편입’= “지난 학기에 과에서 2등을 해서 ‘2등 장학금’을 받았는데, 실제 받은 돈은 3등 장학금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학교에 물어보니 차액을 다른 ‘재학생’ 출신 장학생한테 줬다고 하더라.” 서울 ㄱ대 편입생 임아무개(25)씨는 “편입생이라 항의할 생각을 못했다”고 털어놨다.
서울 ㄱ대 동아리들은 주로 신입생만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대학 편입생 모임 인터넷 카페에는 최근 “재학생들이 ‘수능 점수가 낮을 것’이라든가 ‘우리보다 편하게 들어왔다’고 눈치를 준다”는 글이 올라왔다.
차별은 졸업 뒤에도 꼬리표로 따라붙는다. 국가인권위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취업차별 실태에서 대부분의 민간기업은 물론 공기업에서도 입사원서에 편입 여부와 편입 전 대학을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김농주 취업담당관은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편입생들을 ‘순혈통’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한다”며 “전체 취업 상담건수 가운데 10%는 면접 때 ‘왜 편입했느냐’는 질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김상봉 ‘학벌없는 사회’ 정책위원장은 “학벌이 지위나 신분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보니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도 다시 학벌경쟁에 내몰린다”며 “특정 대학 출신의 공직 독점을 제한하고 입사 차별을 금지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강화돼야 이상 편입 열풍이 잦아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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