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내가 마라톤 선수가 되었다고 상상해보자. 마라톤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

42.195km를 달려야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 먼 거리를, 기록을 의식하면서, 순위를 의식하면서 달려야 한다는 게 말이다.

많은 고등학생들에게 공부, 그리고 입시는 이런 마라톤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그리고 늘 옆의 선수를 의식해야 하는 힘겨움 싸움...


이렇게 느끼는 친구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것은 달릴 때는

그저 딱 한 걸음만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도착점이 멀어도,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우리는 한 번에 한 걸음밖에 걸을 수 없다.

때로는 그것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쉼 없이 한 걸음,

또 한 걸음씩 내딛다보면 어느 새인가 출발점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달리는 것이 생각보다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치는 바람, 도로 곁의 나무들, 심장의 뛰는 소리...

제대로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공부하는 것의 재미와 즐거움을 안다.

깨달음의 기쁨, 성취하는 보람을 말이다.


많은 친구들이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제 자기는 늦은 것 같다고,

이대로 포기해야하냐고... 고3친구들 뿐 아니라 고1,고2 친구들 중에도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꿈은 큰데 그 꿈을 이루기가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내가 대답해주고 싶은 것은 한 가지이다.

늦지 않았다고... 만약 포기하지 않고, 매일 최선을 다해 자신의 분량을

해나간다면 끝나지 않았다고 말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


그리고 결승선을 통과한 뒤의 영광... 그 영광은 사실 1등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해서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은, 마라톤을 뛰지 못한 사람은

느낄 수 없는 영광, 그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지금 자기가 생각하는 꿈을 모두 이룰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부터 최선을 다한다면 마지막 순간에 완주의 기쁨,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기회는 남아있다. 그것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쉼 없는 단련의 과정이기에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