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체제, ‘굳히기 모드!’◇

신정부 출범과 맞물린 은행권 임원인사에서 가장 큰 특징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소위 SKY로 불리는 빅3 대학교의 굳히기 모드다. 서울대와 고려대 출신이 각각 35명과 22명으로 한 명씩 늘었고, 연세대 또한 비록 한 명이 줄었지만 22명으로 여전히 그 위세가 당당하다.

좀 더 멀리 볼 경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시절 서울대와 연세대 출신이 주류를 이뤘던 것에 비하면 고려대 출신 인사들이 약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인사에서 또 한 가지 주목되는 부분은 호남의 퇴보와 영남의 등장이다. 광주대는 4명에서 1명으로 조선대는 3명에서 1명으로 위축된 반면, 동아대는 7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 홍익대 출신 임원도 2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이 밖에도 이명박 대통령과 고등학교 동기동창인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새로 선출됨에 따라 위덕대가 새로 이름을 올렸고, 경북산업대·부산외대·숙명여대 등은 탈락했다.

임원자리는 줄어드는데 SKY는 늘어

지난해 말과 올 초 은행권에서 단행된 인사의 특징은 대부분 조직개편과 맞물렸다는 점이다. 국민은행, 신한지주, 하나지주, 전북은행 등이 경쟁격화에 따른 글로벌경쟁력 강화 및 마케팅 강화에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부분 은행에서 조직슬림화로 귀결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조직개편의 이유로 “본부조직을 통폐합하고 조직 구조를 슬림화해 본부와 영업점 간에 상호 협력체계를 강화하기 위함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들의 임원인사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빅3 대학 출신 인사비중은 오히려 소폭 늘었다. 지난해 말 은행권 임원 중 78명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던 것이 이번 인사로 인해 79명으로 늘어난 것. 같은 기간 비SKY 출신 임원 수는 139명에서 135명으로 줄었다.

서울대 출신으로는 SC제일은행의 김영일·김종만 신임 부행장이 이름을 올렸고, 고려대는 우리은행 이창식 부행장·황록 단장과 장승철 부산은행 부행장 그리고 국민은행 정용화 감사가 새로 내정됐다. 연세대 출신은 최인규 국민은행 전략담당 부행장이 등기임원으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윤상구 우리은행 신임 부행장은 단장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이 밖에 박원식 농협중앙회 신임 집행간부(금융기획·여신심사 본부 담당) 또한 고려대 대학원을 나왔다는 점에서 범고려대 출신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조는 올 4월과 5월 3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수출입은행 임원인사 등 추후 임원인사에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같이 예상하는 것에 대해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은 아직도 학연·지연·혈연이 통하는 사회”라고 답하며 그 예로 앞서 언급한 최원병 회장의 선출을 꼽았다.

한편, 기관장급과 감사 등 주요 인사들의 대학출신 구성을 살펴보면 SKY 출신 대학편중이 더 심하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 등 일부 인사를 제외한 총 41명 중 24명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다. 불과 17명만이 타대학이나 외국대학 출신이다.

10명 중 6명은 상경계열… 내부승진 많아져

상경계 출신 임원 수가 늘고 있는 것도 특징. 지난해까지만 해도 91명으로 전체 57.6%에 머물렀던 상경계열 출신 임원이 96명(62.3%)으로 늘었다. 경영학과 전공이 45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제학 31명, 무역 8명 등 순으로 파악됐다.

전공이 실무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고려대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의 경쟁격화와 점차 복잡해지고 있는 금융환경 속에서 전문성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니즈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독 이번 인사에서 내부승진이 많은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최인규 국민은행 전략담당 부행장의 경우 연세대와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과 MBA를 전공했고, 전략본부장에서 일약 등기임원으로 승진한 것이 대표적 예다. 우리은행 부행장과 단장급 인사에서도 새로 임명된 10명 중 7명이 모두 경제와 경영을 전공했다.

법정·사회과학 분야 전공자들도 이번 임원인사에서 소폭 늘었다. 앞서 우리은행 부행장과 단장급 인사를 예로 들었지만 나머지 3명 모두가 법학을 전공했다.

법학 전공 인사가 총 13명이고 행정학이 6명, 정치외교학이 5명 등의 순을 기록했다.

반면 인문·어학 전공자들은 크게 줄었다. 임원 인사 전 17명이던 것이 11명으로 축소된 것. 은행권이 최근 글로벌시장을 공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현상은 의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농업, 축산 등 전공자 비율도 감소추세에 있다. 이들 전공자의 경우 농협중앙회나 수협중앙회 등 특수성을 감안한 은행에서 눈에 띌 뿐 타은행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신한은행 박주원 부행장과 박찬 부행장보만이 각각 농업교육과 농업경제를 전공했을 뿐이다.

이 밖에도 지방은행의 경우 지역색을 반영해 각각 지역출신대학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도 특징이다.

김남현 기자(nhkim@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