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건조한 공기로 휑~한 자취방에서 산 지 어느덧 1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먼지를 흡수하고 풍부한 산소를 생성하는 식물 ‘틸란드시아’를 알게 되었다. 흙과 물 없이도 공기 중에서 양분을 공급받는 ‘공중 식물’로, 인테리어에도 종종 활용되곤 한다.

시중에서 핸드메이드 소품으로 판매되는 것을 자주 봤지만, 가격이 비싸 선뜻 구입하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저렴하고 센스 있게 자취방을 꾸밀 수 있을까? 고민하며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틸란드시아와 인테리어 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양재 꽃시장

이곳은 싱싱한 식물 천국이다. 생화, 분화, 수중식물, 심지어 텃밭용 상추까지. 내가 이름을 알고 있는 식물은 모두 다 있었다. 생화의 경우, 특정 요일에 경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저렴하게 사려면 미리 시간을 알아보고 가면 좋을 듯하다. 나머지는 대체로 가격이 비슷한 편. 한 바퀴 둘러보고 싱싱한 것으로 고르는 게 이득이다. 향기로운 꽃과 아기자기한 다육식물을 구경하느라 원래 목적을 잊을 뻔도 했지만, 다행히 저렴한 가격에 식물을 구매할 수 있었다.

수염 틸란드시아 小 ₩5,000 틸란드시아 이오난사 大, 小 ₩1,500, ₩1,000 스칸디아모스(천연이끼) ₩5,000

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3F) & 한가람 화방(B1)

양재 꽃시장과 다르게 고속버스터미널에는 평소 동네 꽃가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생화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생화보다도 화려한 조화와 각양각색의 인테리어 소품도 참 많았다. 다만, 도매로 판매되는 소품이 많아 원하는 것을 사려면 필요 이상의 묶음으로 사야 한다는 점이 불편했다. 또한, 카드 결제는 항상 10%의 수수료가 붙으니 현금을 준비하면 돈을 아낄 수 있다. 자석과 끈, 자갈과 같은 미술 재료는 화방에서 소량 구매가 가능하다.

테라리움 6구 ₩9,000 led 선 150cm, 건전지식 ₩3,000 미니 보드 집게 ₩1,000 음료 소품 자석 2개 ₩3,000 금속 모형 3개 ₩10,500 코르크 마개 10개 ₩ 6,000 흰색 자갈 100g ₩3,000 자석 10구 ₩3,000 노끈, 낚시줄 각 ₩2,000

완성된 인테리어

처음 셀프 인테리어를 계획했을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두 가지 있었다. 내 룸메이트 고양이 ‘로그’, 그리고 기존 인테리어와의 조화였다. 그래서 인테리어 재료를 선택할 때 고양이가 먹을 수 없거나, 웬만하면 먹어도 해가 안 되는 것으로 골랐다. 또 고양이가 쓰러뜨릴 수 있는 것도 되도록 만들지 않았다.

➊ 틸란드시아 모빌 수염 틸란드시아는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실 모양을 닮아 로그가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모빌로 만들어 고양이 키가 닿지 않는 높은 곳에 배치했다.

➋ 자갈과 미니 소품을 이용한 테라리움 지난겨울, 대만 여행 기념으로 데려온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 틸란드시아와 스칸디아모스로 그들의 공간을 좀 더 풍요롭게 해주었다. 정말 상상의 마을이 된 것 같은 느낌.

➌ 코르크를 이용한 자석 선물로 받은 엽서 달력과 잘 어우러지는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고 싶었다. 코르크 마개로 만든 자석이 흰 벽에 포인트가 되면서도, 엽서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다.

➍ led 가랜드 사실 이건 나를 위해 만든 것인데, 나보다 고양이가 더 좋아할 줄이야. 그래서 로그가 3시간 정도 잠드는 초저녁을 틈타 잠깐 설치해봤다. led가 전지로 밝아지는 거라서(콘센트에 꼽는 것도 있는데 10배 정도 비싸다. 나처럼 매일 쓰지 않고 이벤트나 기분 내기 용도라면 전지로 사는 걸 추천) 자주 쓰지는 못할 것 같다. 다음에 친구가 놀러 오면 보여줘야지.

➎ 공중 테라리움 창가를 좋아하는 로그에게 선물해주었다.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면 고양이가 물을 엎지르거나 물고기를 잡아먹지 않고, 오히려 애지중지 곁에서 온종일 관찰한다는데. 실제로 테라리움도 어항을 닮아서 그런지 냄새도 맡아보고 한동안 그 옆을 떠나지 않았다.

EPILOGUE :

인테리어 소품을 직접 만들면서 손으로 여러 재료를 만지작거리고, 조화로움을 고민하는 건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소소한 성취감이었다. 사실 왜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항상 자취방을 휴식의 공간으로만 여겼던 것 같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 일도 안 하는 공간’, 섬뜩하게 표현하자면 ‘시체처럼 쉬는 공간’이랄까…?

진정한 휴식과 회복은 그런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충분한 시간을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함과 피곤함은 점점 커졌고,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어째서 재료를 찾아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행위가 나에게 더 큰 안도감과 행복을 줄 수 있었을까?

언젠가 이런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몸과 마음의 능력과 한계는 사람마다 달라서 몸이 힘들어도 마음은 괜찮은 사람이 있고, 몸은 안 힘들더라도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다고. 문득 나는 마음이 시키는 일, 혹은 몸이 시키는 일만 하고 살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마음은 이런저런 일들을 해보고 싶었는데, 몸은 그럴 힘과 여유가 없었던 거다. 좀 더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각자의 능력과 시간을 조화롭게 배분해줘야지. 자취방 인테리어를 할 때, 재료와 배치를 오랜 시간 고민했던 것처럼. (P.S. 호기롭게 10만원을 받았지만, 예상보다 더 저렴한 가격 때문에 돈을 반밖에 못썼다. 너무 비싸서 집었다가 내려놓은 화분이랑 다육식물도 마저 사와야지…!)

출처: 대학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