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희 아버지는 지방에서 개인택시를 하고 있어요.
너무 부지런해서 회사에서 소문날 정도로 부지런하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저녁 12시까지. 5일에 한 번 쉬는 날 빼고 매일 그렇게 일을 하세요.
우리 어머니도 동네에서 소문날 정도로 부지런하세요.
남한테 피해주면서 사는걸 끔찍이도 싫어하시고 사람들한테 무슨 선물이라도 받으면 오히려 맘이 불편하데요. 항상 베풀고 음식 만들어서 퍼주는 것 좋아하고.
봄에는 산 나물 캐러 아빠랑 강원도에 매년 가셔서 나물 다 말려서 동네 사람들, 친척들 다 퍼주고 가을에는 도토리 주워서 묵 해서 돌리고.
이렇게 열심히 사세요. 어떻게 보면 안타까울 정도로요.
저는 우리 아버지 직업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적어도 20대 초반까지는요.
고등학교 때도 반장을 3년 동안 했는데 선생님들이 물어보셔도 아무렇지 않게 당당하게 말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먹을 수록 택시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좋은 평판은 받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버지 직업을 물어볼 때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하네요.
왜냐하면 지금 제 주위에 친구들 집안이 보통 공무원에서 그것보다 더 좋은 직업도 많거든요.
그런 것 들을 때마다 위축되고 그런 건 사실이에요.
저희 집은 3남매인데, 언니는 경기도에서 공무원을 하고 있고 저는 지금 예비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제 남동생은 지방에 그렇게 좋지 않은 대학교를 다녀도 장학금 받으면서 열심히 공부하고있고요. 언니는 전문대학교 졸업했지만 공부를 열심해 해서 어려운 경쟁율 뚫고 합격했고요(언니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꽤 하긴 했어요. 하지만 장녀의 부담감에 취업이 잘되는 전문대 선택)
어렷을 때는 남자들이 여자의 외모를 많이 중시하는 줄 알았는데 클 수록 여자의 집안도 많이 본다는 것을 알았어요. 제가 어떤 남자를 좋아하게 되면.. 그 남자가 꽤 괜찮은 남자라면 먼저 이 생각부터 들어요. 나 같은 것이 저 남자를 좋아해도 될까...
어렷을 때부터 분수껏 살아라는 부모님의 말을 엄청 들었고, 부모님들이 칭찬을 많이 해주지 않아서 저는 가끔씩 못난이라고 생각하고, 자책도 많이 하면서 살아요.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내 같은 것이 좋아해도 될까라는 생각에. 저 남자는 나 아니면 더 좋은 여자 만날 수 있을텐데. 이런 생각도 들고. 너무 바보같은 생각만 드네요.
저 하나만 바라보면 직업도 안정적이고, 알뜰하고, 주위에서 그래도 사람 좋다는 평판 받으면서 외모도 나름대로 참하다고 하지만. 저의 집안이랑 같이 생각하면..
아. 그래도 저는 저희 부모님이 부끄럽게 생각한 적 한번도 없어요.
언제나 제가 존경하는 사람은 자신있게 우리 어머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
자꾸 자책해서 큰일이네요.
사랑하는 여자가 이 정도 조건이라면 집안이 그렇게 좋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겠나요? 부모님들은 반대하지 않을지..
참고로 저희 집은 빚이 없고 부모님 소유의 주택과 차만 있는 소박한 집이에요.
p.s 아! 언니가 얼마전에 소개팅을 했는데. 집안에 재산이 꽤 있는 준공기업에 다니는 35살 남자. 그 남자가 첫 만남부터 여러 가지 호구 조사를 했데요. 동생은 뭐하느냐. 아버지 직업은 뭐냐..어머니 직업은 무엇이냐.. 그런데 저희 언니가 택시라고 하니까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고 하네요 ^^; 언니가 그 얘기하며서 좀 씁쓸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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