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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순위 00위" 약속 달성 대학 한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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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학교육연구소는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이 “개교 60주년을 맞는 2031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이 되겠다”고 발표한 것을 비판1한 바 있다. 대학의 성과는 교수 연구와 학생들의 학습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지 거창한 비전을 발표하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총장이나 대학 당국의 ‘세계 순위 몇 위 달성’이라는 목표 제시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희대는 지난 3월 “2020년까지 세계 글로벌 상위 100위 대학, 아시아 상위 20위 대학”2이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 건국대는 2020년까지 아시아 100대 대학3에, 동국대는 10년 뒤 세계 100위권 대학에 진입4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런데 '세계 순위 00권 진입'을 공약했던 대학은 약속을 지켜왔을까?

 


최근 12년간 33개 대학 세계 순위 목표 발표

 

대학교육연구소가 인터넷 포털 검색 등을 통해 대학 총장이나 당국자들이 세계 대학 순위권 진입을 공언한 사례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언론을 통해 발표된 사례는 무려 38개, 대학 수로는 33개나 됐다. 5개 대학(건국대, 경북대, 동국대, 서울대, 카이스트)은 조사 기간 내에 2~3번이나 세계 대학 순위 목표를 제시했다.

 

일부 대학은 세계 순위 목표 제시 후 단순한 발표로 끝내지 않고, 꽤 진지하게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대는 지난해 세계 순위 상승과 관련된 연구용역까지 발주한 뒤 올해 그 결과를 발표5했고, 연세대는 올해 미래전략실을 신설하고 저조한 세계대학평가 순위에 대응6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작년 6월, 중앙대는 QS 세계대학순위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졸업생 평판을 조작했다가 적발7되어 파문이 일었다. 대학들이 세계 대학 순위에 얼마나 목을 매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아직 목표로 제시했던 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대학도 있지만 목표 시기가 지난 대학들 사례만 보더라도 지금쯤 우리나라에는 세계 100위권 대학이 여럿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표1> 2007~2018년 세계 순위를 목표로 공언한 대학

 

연번

대학

내용

언론사(보도일시)

1

조선대

아시아 100대 대학 도약

노컷뉴스(2018)8

2

카이스트

2031년 세계 10위권 대학될 것

연합뉴스(2018)9

3

경희대

2020년까지 세계 글로벌 상위 100위 대학, 아시아 상위 20위 대학에

중앙일보(2018)10

4

건국대

2020년까지 국내 5대 사학, 아시아 100대 대학

파이낸셜뉴스(2017)11

5

동국대

10년 뒤 세계 100위권 대학에 진입

이데일리(2017)12

6

단국대

아시아 50위권 대학에 진입

한국대학신문(2017)13

7

경북대

세계 100위권 대학 진입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

한국일보(2016)14

8

한남대

아시아 30위권 대학으로, 그 다음은 세계 100위 안의 대학으로

한국대학신문(2016)15

9

서울대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 대학으로 발돋움

한국경제(2016)16

10

세종대

2020년까지 아시아 50대 대학, 궁극적으로 글로벌 100대 대학에 진입

대학저널(2016)17

11

이화여대

2020년까지 이화여대를 세계 100위권에 드는 대학으로

동아일보(2015)18

12

충북대

아시아 100위, 국내 10위권 내 대학

연합뉴스(2014)19

13

서울과기대

2020년까지 국내 10위권, 아시아 50위권 대학으로

세계일보(2014)20

14

중앙대

2018년 세계 유력지가 발표하는 세계 대학 평가에서 100위권 내에 진입

한경비즈니스(2012)21

15

경상대

거점 국립대학 중 5위권, 아시아권 50위권, 세계 100위권 연구그룹 5개 육성

국제신문(2012)22

16

한경대

2025년까지 국내 20위권, 세계 300위권 대학으로 도약

교수신문(2012)23

17

UNIST

2017년까지 세계 100위 과학기술대학으로,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 과학기술대학으로

노컷뉴스(2011)24

18

성균관대

아시아 톱 10, 세계 50~100위 내 대학 진입

파이낸셜뉴스(2011)25

19

광운대

2012년까지 국내 20위권, 2015년까지 아시아 50위권 대학에 진입

파이낸셜뉴스(2011)26

20

차의과대

대한민국 최초 노벨의학상 수상, 세계 10대 의과대학 목표

파이낸셜뉴스(2010)27

21

인천대

2020년까지 국내 10위권, 세계 100위권

경향신문(2010)28

22

동아대

2016년 아시아 대학 100위, 전국 대학 20위, 5개 학분문야 전국 대학 10위권 진입

한국대학신문(2010)29

23

경북대

2025년까지 세계 100위권 진입 도전

연합뉴스(2009)30

24

충남대

세계 100위권 대학 진입 힘찬 날갯짓

대전일보(2009)31

25

전주대

2020년까지 아시아 20위권 대학 진입

파이낸셜뉴스(2009)32

26

상명대

2015년까지 아시아 100위권 대학에 진입하겠다

머니투데이(2009)33

27

한양대

2039년에 글로벌 100대 대학에 진입

연합뉴스(2009)34

28

고려대

2015년 세계 100대 대학 진입, 2030년 세계 50대 대학으로

연합뉴스(2008)35

29

아주대

2023년 세계 100대 대학 진입

파이낸셜뉴스(2008)36

30

연세대

4년 내 세계 100대 대학 진입할 것

매일경제(2008)37

31

전남대

세계 100대 대학의 반열에

한국대학신문(2008)38

32

서강대

2010년 세계 100위권 진입

한겨레(2007)39

33

전북대

2020년 세계 100위 진입

한국대학신문(2007)40

34

카이스트

5년 내 세계 Top 10대 대학 도약

아주경제(2015)41

35

카이스트

세계대학 10위 안에 들 것

연합뉴스(2013)42

36

건국대

국내 톱5, 아시아 30위,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

한국대학신문(2014)43

37

동국대

2020년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매일신문(2013)44

38

서울대

2015년까지 세계 30대 대학으로

동아일보(2008)45

 

먼저 전제할 것은 우리 연구소는 대학들이 목을 매는 각종 기관이나 기구, 또는 언론의 세계 대학 평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대학들이 내걸었던 약속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들이 지표로 삼는 곳의 평가 결과를 확인해 보았다.

 

목표 순위에 진입한 대학은 한 곳도 없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중심으로 취합한 결과, 앞서 대학들이 공언했고, 목표 시한이 지난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동아대, UNIST, 광운대, 상명대까지 7개 대학의 순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세계대학평가인 영국의 QS(Quacquarelli Symonds) 대학평가, 영국의 THE(Times Higher Education) 대학평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세계대학랭킹센터(CWUR, Center for World University Rankings) 대학평가, 중국 상해교통대의 세계대학학술순위(ARWU, Academic Ranking of World Universities) 등이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를 통해서다.

 

이들 기관 평가 결과를 확인해 본 결과 앞선 7개 대학 가운에 목표 순위에 진입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표2> 대학별 목표 달성 현황

 

학교명

순위 목표

평가명

순위

연세대

2012년까지 세계 대학 100위권 진입46

QS

112

THE

183

CWUR

순위권 외

ARWU

101-150

고려대

2015년 세계 100대 대학 진입47,

2030년 세계 50대 대학으로

QS

104

THE

251-300

CWUR

115

ARWU

201-300

서강대

2010년 세계 100위권 진입48

QS

397

THE

순위권외

CWUR

-

ARWU

순위권외

동아대

2016년 아시아 대학 100위49

QS

251-300

THE

순위권외

UNIST

2017년까지 국내 최고, 세계 100위 과학기술대학으로,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 과학기술대학으로50

QS

순위권외

THE

순위권외

광운대

2015년까지 아시아 50위권 대학에 진입51

QS

251-300

THE

순위권외

상명대

2015년까지 아시아 100위권 대학에 진입52

QS

순위권외

THE

순위권외

※ 목표 시한 당시의 순위를 명시함.

※ CWUR 세계대학평가는 2012년부터 시작되었으므로 서강대는 결과를 알 수 없음.

※ CWUR 세계대학평가, 세계대학학술순위는 아시아랭킹을 집계하지 않음.

※ CWUR 세계대학평가, 세계대학학술순위는 과학기술대학 랭킹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음.



2020년을 시한으로 삼은 대학들도 1~2년 내로 급격한 변화가 없는 한 목표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2018년 기준으로 QS 대학평가 결과를 살펴보니, 2020년까지 세계 100위를 공언한 경희대와 이화여대는 각각 256위, 299위에 머물렀으며, 아시아 100대 대학이 되겠다던 건국대는 113위, 충북대는 214위에 불과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 내세우는 이유

 

그렇다면 대학들은 왜 매년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내거는 것일까? 이는 무엇보다 모든 것을 한 줄로 세우고 이를 평가하려는 우리 사회의 오랜 관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총장이나 대학 보직자들은 자신의 경쟁력을 내세우고 싶고, 이를 대학 구성원과 국민들에게 어필하기 가장 좋은 수단이 세계 대학 순위 달성을 공언하는 것이다.

 

또한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대학 간 경쟁이 극심해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세계 순위 관련 문구를 대학 총장의 신년사는 물론이고 홍보성 기사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을 가리지 않는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 총장이나 당국자들이 목을 매는 세계 순위가 대학의 실질적인 역량을 확인시켜 주는 지표라 할 수 있을까?

 

객관성과 신뢰성 의문인 대학 평가 결과

 

대표적인 세계대학 평가기관들의 평가지표를 살펴보자. QS 세계대학평가의 경우, 설문조사로 이루어지는 학계와 고용주의 평판도가 가중치의 절반에 달하며, THE 세계대학평가는 교육과 연구역량 평판도가 30%를 넘는다. 평판도는 주관적 요소가 강한 정성 지표이다. 더구나, QS 세계대학평가는 평판도 결과를 대학이 제출한 자료에 의존한다. 평가 지표의 객관성과 평가 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세계대학랭킹센터(CWUR) 대학평가와 세계대학학술순위(ARWU)는 국제상 수상 실적으로 교육의 질과 교수 수준을 평가한다. 특히, 세계대학학술순위는 국제상을 노벨상과 필즈상으로 한정했다. 시상 분야가 한정적이고 수상자 또한 극소수에 불과한 국제상을 기준으로 대학의 전반적인 연구역량을 판단하는 것이 가능할까? CWUR은 수상 실적 가중치가 절반에 달하며, ARWU는 30%에 이른다. 수상 실적이 교육 및 연구 결과의 일부임을 인정하더라도 가중치의 30% 이상을 적정한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다.

 

일부 평가기관은 400만~500만원의 광고와 1억원을 호가하는 PR 패키지로 평가를 비즈니스화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 관계자가 “광고를 하지 않았더니 국내 대학평가에선 비슷한 순위인 다른 대학들에 뒤처진다”거나 “유명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수입의 절반 가량이 한국 대학들에서 나온다”53고 한 발언은 가볍게 듣기 어려운 문제다.


<표3> 평가별 평가지표

 

평가명

평가지표(가중치)

QS

세계대학평가54

학계평가(40), 교수 1인당 논문피인용수(20)

교수/학생비율(20), 졸업생의고용가능성-고용주평가(10)

외국인 교수 비율(5), 외국인 학생 비율(5)

THE

세계대학평가55

교육역량평판(15), 교수당 학생수(4.5), 학부학위자 대비 박사학위자 비율(2.25)

교수 중 박사학위자(6), 교수당 세입(2.25), 연구역량평판(18)

연구수입(6), 연구생산성(6), 논문 피인용수(30), 국제화(7.5), 지식이전수입(2.5)

CWUR

세계대학평가56

교육의 질-상금, 메달 등 국제상을 수상한 동문의 수(25)

졸업생 고용수준-세계적 기업의 CEO가 된 졸업생 수(25)

교수 수준-상금, 메달 등 국제상을 수상한 교수의 수(25)

간행물-평판 높은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논문의 수(5)

영향력-영향력 높은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논문의 수(5)

논문인용도-인용이 많이 된 연구논문의 수(5)

광범위한영향력-대학의 h-index(교수생산성 및 영향력)(5)

특허-국제특허출원수(5)

세계대학

학술순위

(ARWU)57

교육의 질-졸업생의 노벨상 및 필즈상 수상 실적(10)

교수의 질(40)

- 교수의 노벨상 및 필즈상 수상 실적(20)

- 각 학문 분야에서 논문 피인용빈도가 높은 연구자 수(20)

과학연구성과(40)

- 네이처, 사이언스 논문 게재 수(20)

- SCIE, SSCI에 수록된 논문 수(20)

1인당 학술평가-학술성취도(10)

 

국내 평가는 대학특성 반영하라던 총장들, 글로벌 평가에는?

 

설사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들이 객관성과 적절성을 확보했더라도 규모, 재정상황, 발전전략 등이 각기 다른 대학들을 일률적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것도 따져 보아야 한다.

 

특히 지난해 9월 전국대학 총장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교육부가) 획일적인 평가를 통해 절반이 넘는 대학을 불량대학으로 낙인찍고, 대학 간 갈등을 유도하는 방식을 고집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고등교육 생태계까지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대학이 고유 비전과 특성별 전략에 따라 자율적 질 관리 체계를 통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도록 정책의 방향 전환과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58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평가에선 대학별 비전과 특성을 강조하는 대학 총장들이 글로벌 평가기관들의 ‘획일적 평가’와 ‘장삿속’에는 왜 눈을 감고 적극 호응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대학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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