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06.01




통역대학원 출신들의 영어정복 비법-2-
정은숙 (서울대 영어교육과, 통역대학원)
몸소 깨달은 리스닝의 중요성
나는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이른바 386세대다. 30대의 나이에,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이다. 80년대의 영어교육은 회화에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아 나는 머리가 굵어서야 공부를 시작했다. 그것도 리스닝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고 말이다.
유럽 배낭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프랑스인들은 영어를 알면서도 자국어에 대한 자존심 때문에 안 쓴다고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내가 만난 파리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친절해 보이던 경찰관 아저씨마저 영어를 못 알아들었다. 하는 수 없이 머리를 쥐어짜 고등학교 때 배운 불어실력으로 간신히 몇 단어로 더듬더듬 길을 물어 보았다. 하지만 그가 불어로 하는 설명을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한 말을 못 알아들으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리스닝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의사소통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eleven 하나로 시작한 리스닝
나는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터라, 외국인이나 외국방송을 접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TV 안테나에 문제가 생겼는지 우리집에서 전혀 잡히지 않던 AFKN 뉴스가 나온 적이 있었다. 약 20 분 정도를 봤는데 알아들은 단어는 고작 eleven 하나였다. 그때까지 영어에 자신있다고 생각했던 내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로써 내가 얼마나 '영어 귀머거리'였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후 난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는데, 교과과정에 있는 영작문이나 영어회화도 역시 형식적인 것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실용영어는 많이 다루지 않았다.
그래서 난 영어 동아리에 들어 리스닝을 공부했다. 선배들이 시킨 건 바로 dictation. 2분짜리 뉴스를 받아쓰면 16절지로 두 장 정도됐는데, 정말 과장 없이 백 번도 더 들었다. 20분 동안 뉴스에서 eleven 하나 듣던 내가, 받아쓰기를 하려니 많이 듣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덕분에 우리집 녹음기는 남아나질 않았다. 요즘처럼 구간 반복기능이 없던 시절 되감기 버튼에만 의지해야 했기에.
점점 받아쓰기 속도가 빨라지고, 문장의 정확성도 향상되자, 어느 정도 자신감에 차서 AFKN 뉴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또다른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단어는 들리는데 문장이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들리는 단어도 '어, 아는 단어인데 무슨 뜻이더라?'하고 생각하다 보면 수많은 단어들을 그냥 놓쳐버렸다. 리스닝을 잘하는 친구에게 물어 보니 처음엔 word가, 다음엔 phrase가, 그리고 나서 sentence, paragraph가 들린다는 것. 방법은 그냥 많이 듣는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이번엔 아예 방에다 TV를 두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AFKN 방송을 틀어놓거나, 우리
나라 방송에서 방영하는 외화도 음성다중으로 맞춰 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테트리스 게임에 열중하던 중에, AFKN 드라마의 내용이 머리 속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무작정 그렇게 영어방송에 파묻혀 있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리스닝 실력이
쌓였던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들리기 시작한다고 곧바로 모든 문장이 한꺼번에 다 들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그런데 많이 들을수록 머리 속에서 번역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리스닝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번역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통역대학원을 나온 친구들이 어떤 정보를 들었는데 가끔은 그게 영어였는지 우리말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는 걸 종종 듣게 된다. 바로 특정 언어보다는 그 속에 담긴 정보만이 뇌 속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영어 학습자들도 하루 빨리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되기를 바란다.
extensive listening과 intensive listening
대학 4학년 때 영어교육이론을 배우면서 내가 공부했던 방식이 언어습득에서 중요한 두 가지 방식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리스닝에는 짧은 내용을 집중적으로 듣는 intensive listening과 광범위하게 오랜 시간에 걸쳐 듣는 extensive listening이 있다. extensive listening은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나 양을 늘리는 것으로 TV 시청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dictation은 단기간 집중해서 들으므로 intensive listening에 속한다. 이런 이론적인 방법들을 일찍 알았더라면 이 두 가지 방법을 적절하게 병행하면서 좀더 효과적으로 리스닝을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지금가지 리스닝의 산을 넘기 위해 고전했던 내 경험에 비추어 리스닝 비결을 생각해 보았다.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지만 새삼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다만 여러분들이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펌]
댓글 6개| 와ㅡ우 답글 | ||
위에 부분 공감되요..단어자체는 다 들려서 쓸줄은 아는데 전체적으로 바로 해석이 안되요..
그리고 딕테이션.. 두단어밖에 안썼는데 벌써 문장은 저만치 가있고.. 매번 중도에 포기해여..딕테이션 하다보면 그냥 생각없이 받아쓰는건 아닌가 싶어여 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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