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기억이 납니다



                                    -김종원 詩人- 





유난히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던 그대가

오늘처럼 더운 날

삼계탕을 먹을때

귀찮은걸 무지 싫어하는 내가

그대를 위해 고기를 발라주며

넌 많이 좀 먹으라고

그게 사람 몸이냐구...

나 보다 그 사람을 더 챙겨주던

사랑으로 못 할 건 없다고 생각한

그땐, 

내 나이 스무 살이었습니다

 

그대가 기억이 납니다

콜라 캔을 딸 힘도 없어

낑낑 대고 있을때

한 손으로 따 주며

넌 나 없으면 어떻게 살래?

겨우 콜라 캔 하나 따 주고는

대단한 듯 말하는 내 앞에서

그대는...

그럼,

내 옆에 늘 있어줘

그러면 되잖아..

하긴 지금도 그대 옆에 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랑이 그리움으로 변한 채

비록 이렇게라도..그대 곁에 있습니다

 

유난히 혼자인걸 싫어하던 

그대가 기억이 납니다

그런 이유로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우리들의 만남은 일상이었습니다

어느날 그 사람 그랬습니다

오빠, 

오빠 나 주면 안 되냐구

나 집에 오빠 가져갈래...

내가 무슨 물건이니

그렇게 같이 있고 싶으면

우리 결혼할까...

그래 하자...그렇게 쉽게 결혼을 약속한

그대의 입술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이던 그때는 

내 나이 스무살 이었습니다

 

그대가 기억납니다

 

지금은 누구와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누가 삼계탕 고기를 발라주는지

콜라 캔은 누가 따 주는지....

결혼은 했는지....

 

지금은....

아직도 그댈 생각하며

참 좋은 사람이었지 하며

추억이나마 되새겨보는, 

그리고,

사랑만으론

결혼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걸 깨달은

내 나이 스물 다섯입니다



나는, 

스물 다섯입니다...





-1999년 8월 김종원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