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나 대학 5학년들 사이에 ‘학생증 스와핑’이 유행이다.



학생증 스와핑이란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사이에 학생증을 바꿔 도서관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것.



졸업을 앞둔 4학년 혹은 이미 졸업하고 취업재수를 하고있는 대학 5학년생들에게는 아는 얼굴들이 많은 정든 학교가 일종의 감옥이다.학과 교수님을 비롯해 후배나 혹은 대학원에 재학중인 동기 혹은 선배들을 만나면 “○○군 취업은 잘 되었는가?” “언니！ 무슨일로 학교 오셨어요?” “요즘 어떤 공부하고 있니” 등 인사말로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부담스럽기 짝이없다. 심지어 학교 식당 아주머니나 자주 들르던 학교 앞 PC방 주인 아저씨까지 인삿말로 취업여부를 물어오면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만나는 사람마다 취업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답을 해야하는 것도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학생증 스와핑이다. 동병상련의 위치에 있는 타 학교 학생 혹은 졸업생들과 서로 학생증을 교환해 도서관 및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토익, 상식 스터디 등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끼리 만남이 많아 학생증 스와핑 상대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게다가 최근 CPA와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로 만원인 학교 도서관에 자리를 잡기위해서는 집에서 가까운 대학교 친구와 학생증 스와핑을 하면 여간 편리한 것이 아니다.



또한 새로운 분위기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다른 학교 학생들의 면학분위기에 묘한 긴장감을 느끼는 심리적 요인도 무시 못한다.



최근에는 학생증 스와핑 인기학교가 생기고 있을 정도. 한양대와 인하대는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 학교안에 다른 여자대학이 함께 있어 일거양득. 혹시 예쁜 여자친구를 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서다. 또 신촌주변 학교는 언제나 인기가 높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 스터디를 할 경우 교통도 편하고 모임 장소도 많아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



오는 2월 졸업을 앞둔 한국외국어 대학교 이정아씨(25)는 “집에서 가까운 한양대를 졸업한 친구와 서로 학생증을 바꿔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며 “새로운 학습 분위기가 긴장감을 주어 좋다. 3월에 학교가 개강하면 언론사 시험에 필요한 국문과 관련 과목도 청강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학생 김윤희씨(22)는 “올 1월들어 학교 주변에 낯선 얼굴들이 부쩍 늘은 것을 보니 다른 학교에서 공부를 하기위해 찾아온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며 “학생증 스와핑이 불법이지만 그렇게까지 공부할 수밖에 없는 선배들이 안타깝고 머지않은 내 미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진욱기자·김미영(숙명여대)명예기자 jw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