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동아리들의 새내기 유치경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신입생들이 입학과 함께 취업난을 걱정, 토익과 영어학원 등으로 몰려가며 캠퍼스 낭만의 상징이던 각 동아리들이 신입 회원들을 모집하지 못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특히 올해는 사상 유례 없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현상으로 어느 해보다 새내기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서강대 교내 게시판에는 신입 회원들을 모집한다는 동아리 홍보 포스터들로 도배되다시피했다. 그러나 정작 새내기들로 붐벼야 할 동아리방들은 빈집처럼 한산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아리 선배들은 후배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한 스포츠 동아리는 \'몸짱\'을 홍보 전략으로 내세웠다. 포스터에 선배들의 몸짱 사진 등을 내걸고 \'○○과 ○○○씨, 동아리 활동 후 15kg 감량 성공\' 이란 문구를 실어 새내기들을 유혹하고 있다.

1990년대 말까지 신입생들의 가입 1순위로 꼽혔던 밴드 동아리들도 사정이 궁해졌다. 경희대 밴드부는 신입생 유치를 위해 거리 공연까지 검토하고 있다. 과거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새내기를 선발하던 것과 달리 이제 신입생들을 찾아 거리로 직접 나서기로 했다.

밴드부의 한 학생은 \"예전처럼 실내 공연을 할 경우 신입생들이 얼마나 찾아줄지 미지수였다\"며 \"신입생들을 찾아 야외 공연을 시도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입생이 줄어들며 아예 올해부턴 동아리방을 폐쇄한 곳도 등장했다. S대의 철학동아리는 올해부터 신입생 유치를 포기하고 아예 간판을 내렸다. 동아리 전임 회장인 이 모 씨(22)는 \"요즘 같은 때에 철학을 논하려는 새내기들이 어디 있겠느냐\"며 \"취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동아리 말고는 대부분 활동이 너무 저조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명 \'공포\' 학번이라 불리는 04학번 새내기인 홍 모 씨(19.이화여대)는 \"입학과 동시에 영어학원을 등록하는가 하면 선배들과 함께 스터디 그룹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동아리 활동은 학업에 지장을 줄 것 같아서 별로 가입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홍 씨는 3학년 때 교환학생을 갈 계획을 세워 놓고 이달 초부터 토플학원을 다니고 있다.

남태현 기자

문경선 리포터.숙명여대 < k-sun8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