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는 지난해 말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서 토익 만점자(990점)를 탈락시켰다. 면접에서 회사와 맞지 않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김정민 홍보팀 차장은 “토익 만점을 받았다고 다 영어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며 “또 요즘은 토익 점수보다 지원자가 회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더 중시한다”고 말했다.



  



토익 고득점이 취업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토익 점수를 자격기준으로만 활용할 뿐 입사 전형 점수에 산입하지 않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평가 결과 토익 점수와 업무 능력에 큰 상관관계가 없고 점수가 높아도 외국인과 대화를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설명이다.



  



본보 취재팀이 4∼6일 주요기업 23곳을 조사한 결과 토익 성적을 입사전형에서 25% 이상 반영한다고 답한 곳은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 4곳에 불과했다. 아시아나항공 등 3곳은 서류에서 소폭 반영하거나 점수가 높을 경우 가산점을 주었다. 반면 삼성전자 등 9곳은 자격기준 등으로만 활용했고 아예 반영하지 않는 기업도 7곳이었다. 삼성전자 조신형 홍보팀 과장은 “2001년 전까지는 토익 고득점자에게 가산점을 줬지만 이후 기준점수(인문계 720점,자연계 600점)를 넘는 사람에게만 지원자격을 주고 가산점 제도는 폐지했다”고 밝혔다.



  



대신 영어면접 등을 도입해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지난해 초부터 영어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토익점수는 지원자격기준으로만 활용되고 영어면접 점수는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홍보팀 관계자는 “토익점수가 높은 지원자의 영어 활용 능력을 믿을 수 없어 말하고 듣는 능력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도 올해 입사시험에 영어회화 전형을 도입했다. 연구개발직 지원자에게는 관련 분야의 용어를 잘 숙지하고 있는지 등을 묻고 해외영업 지원자에게는 당장 외국인과 높은 수준의 대화가 가능한지를 측정한다. 삼성전자는 2003년 말부터 면접시 외국인과 대화하게 하는 등 회화능력을 평가해 전형에 반영하고 있다.



  



입사지원에 필요한 토익점수 기준을 대폭 낮추는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까지 토익 700점 이상자에게 지원자격을 줬지만 올해는 기준을 500점으로 하향 조정했다. 성실히 취업준비를 해왔는지를 판단하는 용도로만 사용하겠다는 취지다. 두산은 대신 자기소개서를 살펴보는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인사팀 관계자는 “서류평가 때 자기소개서를 일일이 검토하지 않던 관행을 바꿔 올해부터는 소개서를 꼼꼼히 보고 업무에 맞는 인재를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올해부터 아예 토익점수 기준을 없앴고 국민은행과 도로공사 등도 지난해 800점에서 700점으로 기준점수를 내렸다.



  



토익이 기업 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낮아지는 이유는 최근 고득점자가 늘어나면서 변별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900점 이상자를 찾아보기 어렵던 5,6년 전과 달리 고득점자가 너무 늘어 토익 반영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사고력과 창의성 등에 높은 비중을 두기 시작한 것도 토익 반영률이 낮아진 원인으로 분석된다. 서강대 취업정보과 유희석 계장은 “최근 기업들이 인턴십 등 사회경력을 더 중시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공기업이 최근 채용시 학력철폐를 선언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출처:[국민일보 2005-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