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진 토익…''절박한 구직자들'' 고액과외 기승

한 달에 수백만원에 이르는 토익 고액과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기업체 입사 등 각종 시험에서 높은 토익 점수를 요구하고 있고, 이달부터는 토익시험이 새 체제로 바뀌어 시험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자 수험생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강사들이 고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새 토익 시험은 듣기평가에 영국과 호주식 발음이 추가되고 독해 지문이 길어지는 등 다소 까다로워진다.

26일 토익시험을 준비하는 직장인과 대학생 등에 따르면 과외 강사와 학생을 연결해 주는 각종 인터넷 사이트엔 강사들의 공고가 쇄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N’사이트의 경우 서울지역만 60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을 찾는 학생도 3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전·현직 학원강사나 해외 유명대학 혹은 국내 명문대 출신으로 시간당 5만원 이상의 높은 수강료를 받고 있다. 경력이 많을수록 요구하는 수강료는 더욱 높아져 시간당 수십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서울의 대학과 기업에서 수년간 특강을 했다는 한 강사는 현재 국내 대기업 직원 등을 대상으로 개인지도를 하고 있다. 수강료는 일주일에 2∼3차례 2시간씩 수업에 시간당 5만원이다. 1개월에 80만∼120만원의 수강료를 챙기는 셈이다.

이 강사는 “이 정도는 많이 받는 축에 속하지도 않는다”면서 “경력에 따라 200만∼300만원씩 받는 강사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미국 명문대 출신으로 얼마 전까지 토익 과외를 했었다는 김모씨도 “주로 취업을 앞둔 대학생이나 이직을 고려하는 직장인들이 많은 수강료를 주고 수업을 받는다”면서 “워낙 비싸다 보니 한 부서에서 그룹으로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중·고교생이 아닌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토익 고액과외가 성행하는 이유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 때문이다.

현재 각종 기업체 입사시험과 국가고시 등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토익점수가 필수적이다.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는 700점, 외무고시는 750점 이상이 돼야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대기업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요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절박한 심정의 취업준비생들이 직접 과외강사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점수가 600점대에서 오르지 않는다는 대학생 한 네티즌은 취업 관련 카페에 “250점만 올려주면 100만 원을 주겠다”고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수백만원씩 받는 과외교습은 대부분 교육청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과외”라며 “적발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