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고교시절의 사랑이라고 하면, 풋사랑이라고 많이 일컬어지는데

제게 또한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풋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저의 마음을 움켜쥐었던,

그래서 헤어짐의 결과로 큰 성숙함을 딛게 해 준 그것을 저는 진정한 첫사랑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연을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제가 고교1년이었던 2000년 5월 15일, 저는 그녀를 미팅에서 만났었고

저희는 둘 다 첫눈에 상대방의 매력에 푹 빠져서 친구 보다는 발전된 관계로 그 끈을 이어서 나갔습니다.

주 5회 정도 되는 잦은 만남으로 서로의 끈을 붙잡으며, 그렇게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가졌었을 시기에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저를 피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남의 시간과 횟수도 점점 줄어들었고, 서로 같이 있는 시간에도 즐거워 보이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했고

그런 시간이 지속되자, 저 또한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흔히들 말하는 연인들의 권태기기간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아무런 대책과 서로의 노력이 없이 그런 시기가 어느 정도 지속되었었습니다.

그러다가 주변에서 친구들이 그녀와 다른 남자가 같이 있는 걸 봤다는 소리를 몇 번 듣게 되었고,

우연찮게 한 친구의 정보로 인해 그녀가 다른 같은 아파트에 다른 남자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서로에게 관심 갖는 시간이 줄어들은 느낌과 더불어 안 좋은 소문까지 들은 저는

그녀의 집 앞에 찾아가 그녀와 만나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

그 곳에서 굉장히 충격적인 소식을 저는 전해 들었습니다.

그녀가 제가 아닌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말하더군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녀를 포옹한 뒤, 장난치지 말라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뜨거운 무언가가 제 어깨 쪽에 티셔츠를 적셨고, 저는 그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계속 미안하다고, 앞으로 잘한다고 해도 그녀는 미안하다는 대답으로 눈물을 흘리며 대답을 했고,

새로운 남자에게 마음을 쏟고 싶다고 저와의 연락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당시에 너무 분하고 억울한 감정에 한편으로는 그녀가 그 남자와 불행해지기를 원하며 그 자리를 일어났고, 핸드폰을 정지시키고 그 뒤 몇 달 동안 혼자 가슴을 앓았으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날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고3 중순 조금씩 그 감정에 익숙해지고 저 또한 새로운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질 때쯤 그녀의 친구로부터 그녀의 새로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의 대한 감정을 깨끗이 정리 못하고 그 새로운 남자와의 관계 속에서 방황하다가 오래 전에 헤어졌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녀의 친구와 헤어지고 눈물과 함께 다시 연락을 해야 할지에 대한 심한 내적갈등에 휩싸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거리에서 저에 대한 얘기가 노래로 나오는 걸 들었습니다.

순간 저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제 얘기의 가사라는 느낌을 저는 받았고,

눈물을 닦고 그 노래의 제목을 주유소의 주유원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그 노래의 제목은 “고재근의 She” 였습니다.

몇 년 뒤면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요즘도 가끔 이 노래를 들을 때 마다 그 친구가 떠오르며

제가 주인공인 한 편의 뮤직비디오가 머릿속에서 지나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