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작년 여름...
코로나로 강제 사이버 대학생활을 보낸 2학년 1학기가 지나고 여름방학이 되었습니다. 알바할 생각따위는 죽어도 없는 백수대학생은 서울로 떠난 고향친구와 화상채팅을 하며 함께 토익 독학을 계획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영어를 극도로 싫어하던 사람이었지만.. 피할 수 없다면 함께 지옥불로 걸어들어갈 동반자라도 있을 때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그 친구의 계획을 조용히 따라 갔습니다.
교재는 해커스 RC랑 LC기본서였습니다. 빨갛고 파란 그거요.
사실 전 모의고사를 쳐본적이 있습니다. 그게 재작년 여름인데요, 공부 안해서 수능 영어도 3등급을 맞아놓고 뭐가 그리 자신감 넘쳤는지 해커스 1000제 책을 해설집까지 6만원 넘는 돈을 주고 사서는 LC 1회 하나 풀고 나가떨어졌습니다.
왜냐면.. 전설의 신발사이즈가 나왔거든요.. 발도 별로 안 큰데..
생초짜로서 45분간 휘몰아치는 100개의 문제 그리고 말도 안되는 호주발음.. 튜토리얼도 스킵하고 보스전 갔다가 되려 때려잡힌 모기가 된 기분. 엄청난 무력감을 느낀 저는 그렇게 영어와 또 한번 거리감을 갖게 되고 마치 그 책의 존재를 없던 것처럼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도전한 것이 그것의 다음 해, 즉 작년 여름인 것입니다.
그때는 2달정도의 기간을 잡고 공부했습니다. 개학 전에 끝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8월 말에 시험을 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근데 그 사이에 꽤 놀았어서 그런지 사실 기본서를 다 떼지도 모의고사를 쳐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별 기대는 없었지만 적어도 신발사이즈는 받지말자는 의지로 들어갔습니다.
근데 웬걸 호주발음이 안나오는 거에요. 물론 제가 그냥 그렇게 느낀거였습니다. 해커스보다 훨씬 알아듣기 쉬웠다는 거겠죠. 그리고 그때 LC가 쉬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RC실력은 구렸기 때문에 문제를 시간 안에 다 풀지도 못해 파트7 10문제정도는 그냥 찍었습니다. 그런데 LC의 예상치도 못한 400점대 고득점으로 엄청난 캐리를 받고 750점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면 RC가 꽤나 구리다는 거지만.. 암튼 생각보다 잘 나와서 좋더라구요. 그리고 개학과 함께 또다시 토익은 잊혀집니다.
그렇게 다시 공부하게 된 것이 올해 여름. 저는 휴학을 함으로써 찐 백수가 되었습니다. 이젠 취준생이 된 거죠. 지난 여름에 알차게 계획했지만 다 끝내지 못했던 노란 단어책을 정말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습니다. 날짜 정해서 총 7번 읽고.. 4번 시험치고.. 뒤에 있는 이디엄까지 다 씹어먹었습니다.
전 단어가 많이 부족했는데 지겹도록 반복하니 훨씬 나아지더라구요. 그래머 중요하고 듣기 훈련 중요하지만 결국 단어를 모르면 해석이 안 됩니다. 그렇다고 나머지를 안한 건 아닙니다. 이번엔 기본서 2회차 복습이랑 재작년부터 묵어있던 1000제까지 다 풀었답니다..^^.. 역시 빡세고 지독한 복습이 중요한것이죠.
독학은 분명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동료가 필요한데, 저는 계획은 본인이 알아서 다 짜고 고맙게도 저는 거기다 수저만 올릴 구 있게 해 주는 친구가 있어서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만보니 1년 주기로 토익 책을 펼쳤네요. 하기싫어도 해야하는 것들은 일단 한번 건드리기라도 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다보먄 어느순간 익숙해져 있을거에요..
두서없었지만 여튼 저는 10월 24일자 2번째 토익 시험을 쳤습니다.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겁나 떨리고 설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