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유효기간이 다 끝나서 5년만에 토익시험을 봤습니다.
2월 21일 시험 응시했구요.

오랜만에 시험치면서 정답이나 다른 사람들 반응이 궁금해 해커스 사이트 와보니 이벤트도 하고 있네요ㅎ 이벤트 참여도 할 겸 그리고 제 경험담으로 다른 분들께 토익 공부 도움이 될까 싶어 글을 써봅니다.

20년 전 중학생때 미국 친척집에 우연히 한달정도 놀러갔다가 처음 영어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사실 그 전에는 학교 영어시간이 너무 재미없고 그랬는데 한국에 돌아오니까 뭔가 나도 내 친척처럼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유학을 갈 순 없었지만 학교공부라도 열심히 하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막 이것저것 해보다가 토익이란것도 알게 되고 자신있게? 쳐봤는데... 받은 점수는 제가 기억하기에 395점.
엄청난 벽을 느끼게 됐죠ㅋㅋ
그래도 좌절하진 않고 그냥 학교수업 열심히 하면서 흥미와 관심만이라도 꾸준히 유지하니까 고등학교 가서는 1등급이 나오더군요.
사실 영어를 잘해서 높은 점수가 나온게 아니라 어릴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 사고력을 이용한 이상한 해석이 운좋게 맞아 떨어진거였습니다. 영어 지문에 나오는 단어들을 논리적으로 대충 이런 얘기일것이다 라고 예상하면서 약간의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거죠ㅡㅡ;; (물론 기본적인 어휘는 전부 외운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어이없는 방법으로 영어 독해를 하면서 생각보다 높은 점수가 나오니까 자만하게 됐고, 귀찮은 문법과 고급 어휘를 등한시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버티다가 결국 수능에서 2등급받고 참교육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1학년 두번째 토익을 봤는데 710점 정도가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군대를 갔다가 복학전에 편입시험공부를 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문법공부를 제대로 했어요.
지금까지 어설프게 쌓은 영어 실력은 완전히 잊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품사, 문장의 형식부터 다 공부했습니다.
어휘도 그때 6천개정도 외운거같구요.
지금까지 단어들을 머리에서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이상한 방법이 아니라 독해지문 하나를 풀어도 그 안에 담긴 모든 문법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이 가능할때까지 봤습니다.
그렇게 6개월을 올인했더니 어쩌다 모르는 구문(이디엄 등)이 나오지 않는 이상 해석이 안 되는 문장이 없더군요.
수능때는 모의고사점수가 잘 나왔어도 근거없는 실력이다보니 항상 불안했는데 편입시험을 보러갔을땐 시험장에서 그냥 다 아는 문제들을 복습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과는 일반편입 지원해서 서성한중경외 딱 6개 원서쓰고 서강대만 빼고 다 합격.)

그 실력 계속 유지하니까 졸업반때 토익은 940정도가 나왔었고 취업후에는 유튜브로 관심분야의 영어 영상 보고 그러니까 외국고객사와 큰 문제 없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수준이 됐습니다.

여기까지 제 스토리였는데 사실 토익만을 위한 공부를 한 적은 없죠. 근데 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만을 뽑자면 영어를 잘 하고 싶다는 열망이 흥미를 잃지 않게 해줬다는 점과 탄탄한 문법&어휘를 통해 '근거있는' 독해 지문 해석이 곧 모든 영어시험의 포인트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여기 게시판을 좀 읽어보니까 해커스 무슨 책을 풀었는데 왜 점수가 안 나오는지 하소연하는 분들이 많던데 솔직히 책이 무슨 문제가 있겠나요ㅎㅎ 제 주변에도 맨날 공부한다고 독서실 가는데 실력이 안 오르는 사람 많이 봤습니다. 근데 제가 잘 살펴보니 그런 분들은 십중팔구 그냥 책내용을 '보기'만 하더라구요. 그런식이니까 몇회독을 하든 향상이 없죠. '이해'를 하고 내 스스로 '사고'를 하면서 '적용'을 해보는 단계를 생략하니까 2년이고 3년이고 똑같은겁니다.
어휘를 외워도 그냥 외우는게 아니라 어떻게 읽고 어떤 상황에 어떤식으로 사용되는지를 알아야 하며, 문법도 수학공식처럼 외워서 토익 파트5 찍는 용도로만 쓰지 말라는 얘깁니다.
그냥 테크닉으로 점수만 따겠다는 분들은 솔직히 이런 공부 방법 추천 안 해요. 근데 여러분들 그런 지름길? 가는데도 1~2년 이상 쓰는 분들 많잖아요.(너무 팩폭인가?...) 그럼 차라리 처음부터 정공법 제대로 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6개월 걸려서 800 대충 만들고 회사에서 영어자료 던지면 벌벌떨면서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되는 것과 전자보다 시간은 더 걸려도 900이상 시원하게 받고 그 이후에도 영어가 강점이 되는 (또는 최소한 발목잡지 않는) 인생 둘 중에 뭐가 나을까요.

제가 만점자도 아니고 선생도 아닌데 주제넘게 쓴소리 하는 것 같지만, 지름길만 찾고 효율만 따지다가 되려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수험생들이 많기에 혹여나 이글을 읽고 정신차리는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긴 글을 주절주절 써봤습니다.


p.s. 해커스 게시판인데 해커스 얘긴 하나도 없으니 좀 민망하네요?ㅋㅋ 사실 매번 토익 시험 보기전엔 해커스 모의고사 사서 한두개 풀어보는데 난이도나 내용이 괜찮아서 감각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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