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는요 영어가 그렇게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TEPS 성적은 그냥 700점 정도 맞으면 되거든요."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뭔가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심지어 권태감마저 느껴집니다.
그분들의 영어 공부에는 결코 "절실함"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예전에 제가 학원 강사실에서 강의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면서 검은 얼굴 하나가 빼꼼이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학원 원어민 강사 중에 흑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다소 의아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신의 사연을 적은 글을 목에 매달고 있었고
제게 그것을 읽어볼 것으로 손짓으로 요청했습니다.
그 내용인즉슨 이렇습니다.

"저는 파푸아뉴기니 출신으로 파푸아뉴기니 어린이들의 에이즈 퇴치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양말 다섯 켤레를 2만원에 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그에게, 영어로, 정말 파푸아뉴기니인이냐 묻고,
어디 소속인지 물었습니다.
제가 영어를 쓰자 그는 유창한 영어로 자신을 자세히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심상치 않은 그의 영어실력에 내심 놀라면서
그가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을 하는지 등 여러가지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파푸아뉴기니의 많은 아이들이 에이즈에 걸린 채 태어나고 있고
또한 에이즈로 죽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시어 자신의 조카도 희생되었다는군요.

파푸아뉴기니의 에이즈 상황과 에이즈 퇴치를 위한 여러가지 방안등을

말하는 그 사람에게

저는 미국 혹은 영국에서 공부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미국 혹은 영국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아시아 담당이고 유럽 미주 담당 기금모금원들이 따로 있다는군요.

그럼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하느냐고 물으니까
그는 수년 동안 수많은 에이즈 관련 기사와 연구논문 등을 읽으면서
영어에 친숙해졌다고 합니다.

바로 이겁니다!
그는 자신의 조국에서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고,
심지어 자신의 혈육까지도 희생된 상황에서
에이즈 퇴치를 위해 몸을 불사르겠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영어를 대하다 보니까 영어가 자연스러워진 것입니다.

한국인들이 으레 그렇듯이,
영어문법 공식이나 영단어를 죽 나열해 놓고 암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즉, 껍데기만 배우는 영어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content 있는 영어를 접해온 것이죠.

예전에 신문을 읽다가 이런 제목에 눈이 갔습니다.
"미셸 위, 왜 우승 못 하나?"

180센터미터가 넘는 건장한 체구와 타고난 감각을 가진 골프선수 미셸 위가
150센터미터 밖에 안 되는 김미현도 종종 하는 우승을
왜 한번도 못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셸 위의 눈에는 "독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김미현은 미국 내에서 멀고 먼 골프장 사이를 이동할 때
비행기는 커녕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서 잠을 자면서 이동해야 할 정도로

자금이 넉넉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골프 공을 칠 때
매번의 순간이 돈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말 죽어라고 친다는 군요.

하지만, 천만 달러 소녀 미셸 위는
타고난 외모와 천재성 때문에 고생 없이 자랐고,
돈을 반드시 벌어야 한다는 절실함도 없기 때문에
마지막 승부처에서 번번히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 세상의 모든 실력이라는 것들은
절실함과 독기가 있어야 눈부시게 향상되는 것 같습니다.
억지로 하는 따분함이 밴 눈을 가지고는
실력 향상은 도무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일하는 분야는요 영어가 그렇게 필요하지 않아서요,
대충 700점 정도 맞으면 되거든요."라는

스스로 우물 파는 식의 사고를 버리시기 바랍니다.

TEPS 700점이나 600점이나 영어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기왕 하는 거
900점 목표로 사납게, 독기어린 눈으로 달려드십시오.
그래야 700점도 빨리 얻을 수 있게 됩니다.

- 가슴에 와닫는 말이라 퍼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