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힘을 빌려 글을 써봅니다.

저는 신입사원입니다. 갓 3개월이 지난 파릇파릇한 신입이에요. 연봉 3천 중후반의, 사람들이 선망하는 회사입니다. 극히 보수적인 분위기를 제외하면 구직자들이 원하는 거의 모든 조건을 갖춘 신의 직장입니다. 그런데 그 보수적인 분위기가 저와는 정말 상극입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 대학원을 고민하며 이번 텝스를 응시하였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대학원은 아닐 것 같으냐? 마, 대학원은~~~” 제 경험상 말씀드립니다. 적어도 이보단 덜하겠습니다.

핑계고 부끄럽지만, 뉴텝스로 바뀌는지도 몰랐고, 일 때문에 공부도 집중하지 못했네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면서 시험일정을 보고 뉴텝스가 뭐지?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책을 사고 나서야 내가 (구)텝스의 마지막 시험을 추가접수로 생돈 더 내면서 응시하는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늦게 퇴근하고 겨우 풀어본 것이 1회 분량의 문제. 할 말 없죠. 성적발표일이 서울대학교 대학원 접수기간과 겹친다는 사실도 접수하고 나서야 알았네요.

토익이 810점 정도 나오지만, 텝스 희망 점수는 500 중반입니다. 딱 500 중반만 나오면 좋겠어요. 제가 쓰려는 과는 커트라인만 통과하면 영어는 평가항목이 아니에요. 고수분들처럼 800, 900바라지도 않습니다. 일단 500 중반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더 높게 나와주면 좋지만, 과욕인 거 압니다.

당장 성적 나오는 17일까진 무슨 용기로 출근하지? 라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좋은’ 직장에서요. 프로불편러분들, 미안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각자의 어깨에서 잠깐 내려놨던 무거운 보따리를 다시 집어들어야 할 시간이 다가왔네요. 회사원인 저에겐 출근. 공시생인 친구에겐 새벽 강의죠. 자, 달콤한 휴식에서 벗어날 시간이에요.. 누구에게 울면서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데, 감정의 배출구로 이용되는 것이 미안해서 그러지도 못하겠습니다. 유튜브에서 빗소리 켜놓고 한동안 넋 놓다가 잠들어야겠습니다.

500 중반. 대학원 합격. 올 상반기의 가장 큰 소망입니다.

두서없고 못난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모두 행복한 한주 보내세요. 어디서든지 힘내고요.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