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보고 점수 확인 전 까지는 망쳤다고 생각하고 우울해 있었습니다. 점수도 낮에 나오는데 확인하기 싫어서 늦은 지금에서야 확인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살짝 얼떨떨하면서도 기분이 좋네요!

토스 본 계기는 영어 성적을 급하게 제출 해야 하는데 다 유효 기간이 지나버려서 걍 구색만 갖추자는 심정으로 부랴부랴 신청했습니다. 첨에는 영어 성적란을 빈칸으로 두지 않는데 의의를 두자는 생각으로 신청한 거라 점수는 신경쓰지 말고 볼 수 있는 시험이 하나라도 있다는 거에 감사하자는 마인드였습니다. 근데 막상 만만치 않은 접수비 지불하며 접수하고 교재까지 사고 나니까 욕심과 압박감이 생기더군요.

시험 준비에 돌입했는데 스피킹 시험은 처음이라 한국어로도 말문이 막히는 내용을 대뜸 영어로 말하라고 하니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템플릿을 활용해서 어떻게든 시작 운을 떼니까 뒤에는 더듬더듬 뭐라도 나오더군요. 문제는 그 더듬더듬거리는 내용이 스스로 너무 부실하게 느껴져서 준비 기간 동안 걱정만 늘어갔습니다.

대망의 시험 날, 시험 시간이 다가 올 수록 긴장감이 몰려왔습니다. 시험실 입실해서는 극에 달해 시험 준비 단계에서 부터 실수 연발 이었습니다. OMR 마킹하는데 이상한 곳에 필적 확인 적어서 수정테이프로 지우고 다시 쓰고 핸드폰 수거하는데 전원을 못 꺼서 감독관 분께 민망하게도 전원 끄는 법 모르겠다고 말하며 핸드폰 제출했습니다.

시험 돌입하기 전 헤드폰과 마이크 테스트를 하는데 생각보다 주변 사람들 말소리가 너무 잘 들려서 깜짝 놀랐습니다. 녹음 결과에는 다른 사람 소리가 섞여 들어가지 않지만 다른 사람 소리 때문에 스스로가 말하는 소리가 잘 안 들려서 당황스러웠습니다. 또한 내 말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릴 거라고 생각하니 연습할 때 보다 목소리가 위축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만만치 않은 시간이 되겠구나라고 직감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험이 시작되자 연습 때 나오지 않던 실수들이 대거 나왔습니다. 연습 때는 말을 천천히 늘이는 한이 있어도 단어들이 뚝뚝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시간 안에 헛소리라도 문장은 맺고 끝냈는데 시험에서는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말하거나 뚝뚝 끊어서 말하거나 문장을 비문으로 끝내는 상황이 반복 됐습니다.

앞서 말한 거처럼 시험 끝나고는 우울 모드가 찾아왔고 허망한 마음과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점수 확인하고 다시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만족하고 제출할 만한 점수가 나온 거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험 때 그래도 좌절감이 밀어 닥치는 와중에 어떻게든 자신감 있게 발음하려고 정신 부여 잡았던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 시험 이었고 준비는 월욜부터 목욜 시험 날까지 4일 준비했습니다. 다만 그 4일 동안은 토스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서 아마 다른 공부나 일 병행하시는 분들의 1~2주 정도 되는 준비 시간이 아니었나 싶네요. 이상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