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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 조회 4539 | 추천 12
  • 200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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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국립대 수석 취업난 “대기업 꿈도 못 꿔요”
입력: 2007년 03월 18일 18:35:34
 
수석졸업자들도 취업문이 ‘바늘 구멍’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경향신문이 ‘1도(道) 1대학’ 씩 전국 8개 국립대의 올해와 지난해 단과대 수석졸업자 176명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취업에 성공한 사례는 절반에 훨씬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최우수 인재들의 뛰어난 전공 실력이 사회에선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이다. 대학의 인재양성 교육이 잘못됐는지, 기업의 선발과정에 문제가 있는지…무엇이 잘못됐을까.







◇‘올A’ 수석졸업, 보험사·영업사원=수석졸업자들의 학점 평점은 대부분 4.3(4.5만점) 안팎이다. 100점 만점에 95점. 대학 전 학년 전 학기를 ‘올A’ 받아야 가능한 점수다. 그렇게 수석졸업의 영예를 차지한 이들의 취업실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방 국립대 8개 대학 가운데 2곳은 올해 단과대 수석졸업자 중 순수 취업자가 단 1명뿐이었다. 다른 국립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많은 취업자를 낸 학교가 4~6명 수준으로 대부분이 절반을 밑도는 취업률에 그쳤다. 8개 국립대 수석졸업자 가운데 3명은 교대로 편입해 다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박모씨(인문대 수석·23·여)는 “정교사 자격증이 있지만 빈 자리가 거의 없다. 다시 학교생활을 하더라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위해선 이 길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취업자중 전공을 제대로 살려 취업하는 경우는 절반에도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일부 수석졸업자들은 백화점·자동차·중소건설업체 사원으로 취업했다. 사범대 체육교육과 출신의 한 수석졸업생은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수석졸업자는 대체로 여학생이 남자의 2배를 차지했지만 취업 결과는 남자에 훨씬 못미쳐 이중고를 겪었다. 모 대학 경영대를 수석졸업한 여학생은 보험사로, 다른 대학 사회대를 수석졸업한 여학생은 지역방송국의 방송작가로 들어갔다.

한 수석졸업자는 “기업체에서는 아직까지 지방대 졸업생에 대한 편견이 심한 것 같다. 면접관이 아예 질문조차 안한 경우도 있었다”고 분개했다. 지난해 졸업한 여성 수석졸업자는 “채용공고에는 남녀 구분이 없다고 했지만 학과 사무실에 추천서를 보내올 때는 여자는 뽑지 않겠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미취업자는 지금=작년 모대학 법대를 수석졸업한 이모씨(23·여)는 2년째 서울의 공무원시험전문학원을 다니고 있다. 이씨는 “그동안 기업체에 20여차례 원서를 냈지만 지방대 출신으로는 대기업 취업이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취업을 못한 수석졸업자들은 절반가량이 공무원이나 교사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등 ‘졸업후 공부’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나마 ‘간판’보다는 ‘실력’으로 취업경쟁을 할 수 있고, 취업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사범대 수석졸업자 강모씨(23·여)는 2급 정교사 자격증이 있지만 전공분야가 가정이라 중등교사 자리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했다. 그는 교직 진출을 포기하고 보건직 공무원시험을 준비중이다. 강씨는 “취업은 학점과 크게 상관없는 것 같다. 학과공부에서 A를 받는 것보다 B, C를 받더라도 취업 목표를 정하고 일찍부터 준비하는 게 훨씬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른바 ‘학력세탁’을 위해 유학을 준비하는 수석졸업생도 많았다. 김모씨(23·의류학과·여)는 “휴학까지 해가며 취업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면접까지 가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유학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인과 대책=수석졸업자들은 낮은 취업률에 대해 무엇보다 기업체들의 지방대 출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 취업지원부서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대학별 기준을 미리 정해놓고 서류전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때문에 실력을 갖춘 수석졸업자들도 취업 문을 열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에 비해 턱없이 떨어지는 취업 및 기업 정보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과 공부와 취업 준비는 별개인 것 같다”는 경험담도 많았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수석졸업자들은 취업 못지 않게 대학원 진학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취업자중 상당수는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고르느라 늦어지는 것”이라는 반론도 내놓았다. 영남대 취업지원팀 권오상씨는 “수석졸업이라는 지나친 자신감이 취업에는 자칫 ‘화’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얼마나 준비된 지원자인지 어필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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