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를 배우겠다고 마음먹기를 몇 번. 결국은 발레학원 앞까지 다녀왔다. 복숭아처럼 생긴 길쭉길쭉한 여자애들이 학원 건물로 우르르 들어가고 있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내 속에선 수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니가? 풉!’, ‘다리도 안 찢어지잖아’, ‘발레가 어울리는 사람은 따로 있어’,‘다시 태어나는 게 빠를걸?’ 으윽, 집으로 돌아와 라면을 끓이고 컴퓨터를 켰다. 이번에도 실패인가? 내 인생에서 발레는 영원히 안녕인가?
그러나 어쩌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니었을까? ‘이건 너랑 어울려, 너랑은 안 어울려, 넌 그런 일은 못 할 게 뻔해.’ 가장 무서운 것은 내가 나에게 내리는 일반화의 오류다.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만 행동하라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니까.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선 발레를 좋아하는 소년이 나온다. 광부로 일하는 아빠는 빌리에게 권투를 시키려 한다. 하지만 빌리는 아빠 말을 따르지 않는다.
만약에 ‘남자가 웬 발레?’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다면 빌리는 원하는 삶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다. 어울릴지 말지는 내가 결정한다. 그러니까 다시 발레학원으로.
Editor_조아라 ahrajo@univ.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