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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작은 졸라 빡쳐서 졸작인가

유헤드뱅뱅 | 조회 950 | 추천 1
  •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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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졸업할 때도 문송해야 합니까

문과생은 대개 졸업 논문을 쓴다. 말이 논문이지, 복붙뿐인 표절을 경험하다 보면 찾아오는 현타….

 

 

# 참조라 쓰고 짜깁기라 읽는다 국어국문학과 A씨

졸업 논문은 최대한 교수님들이 관심 없을 주제를 골랐다. 빠른 통과를 위해. 수많은 박사님들의 훌륭한 논문을 참조(라 쓰고 짜깁기라 읽는다)한 논문이 금방 완성됐다. 내가 쓰긴 썼으나, 내 논문은 아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픈 말은 주제 정하기 전에 꼭 지도교수님 석·박사 논문을 검색해보고 해당 주제는 피하라는 거다. 만약 교수님이 윤동주 덕후라면, 지나치게 꼼꼼한 피드백 때문에 나가떨어질지 모른다. 어설프게 이상이나 윤동주 좋아한다고 주제 정했다가 후회하는 애들 여럿 봤다.

 

# 4년간 갈고닦은 ‘복붙’ 실력 영어영문학과 B씨

우리 과를 졸업하려면 총 5편의 작품을 분석한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난 논문에 딱히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았다.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복붙’ 금지라고 명시는 되어 있는데, 정작 ctrl C+ctrl V 해도 절대 모른다. 왜냐하면 교수님들이 안 읽으니까!!! 처음에는 그것도 모르고 꼴딱 밤을 새웠는데,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나서는 에라 모르겠다 싶어 대강 써서 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했는데, 진짜 그대로 통과됐다.

 

# 준비는 끙끙, 심사는 휘리릭 사회학과 C씨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고 했던가. 역시 내가 궁금증을 가졌던 주제들은 이미 이 세상의 똑똑한 석·박사님들이 다 연구를 해놓은 상태더라. 그것도 훨씬 전문적이고 있어 보이게…. ‘◯◯에 관한 비판적 고찰.’ 온갖 논문어(語)를 남발하면서 20여 페이지를 ‘그럴듯하게’ 따라 하느라 진땀 뺐다.

내 생각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못난 논문이지만, 그래도 이것 때문에 추가 학기까지 다녔는데 심사 과정이 너무 허무했다. 후루룩 몇 번 넘겨보고는 끝? 교수님, 각주 형식 잘 맞췄는지만 보시던데 그래도 되는 건가요?(부들부들)

 

# 논문을 위한 논문의 늪 국사학과 D씨

논문 수업 시간에는 30여 명 정도의 학생들이 돌아가며 논문 주제를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한다. ‘역덕’들이 많다 보니, 점수 맞춰 들어온 내 입장에선 수업 자체가 괴로웠다. 생전 처음 듣는 마니악한 내용을 다루고, 질문자는 또 다른 내용을 줄줄 읊는데, 내가 준비한 주제 ‘탕평책’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학생들이 각자 자기 지식을 뽐내는 듯한 발표수업보다는 그 시간에 교수님의 피드백을 꼼꼼히 받았다면 내 탕평책 논문이 좀 더 업그레이드되지 않았을까.

 

#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니 콘텐츠학과 E씨

우리 과의 ‘졸업 작품’이란 그야말로 체념과 돈 낭비가 뒤죽박죽 섞인 잡탕이었다. 배운 대로 콘텐츠 기획하고 디자인할 수 있으면 됐지. 혼자서 영상까지 찍고 편집하고, C언어로 프로그램까지 짜라니. 뭐든 다 때려 넣으면 콘텐츠인가? 학교 수업에서 가르쳐준 적도 없는 걸 왜 우리더러 보여 달래. 대체 뭘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 채 시간은 자꾸 흐르고, 교수님은 닦달을 하고, 그래서 결국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업체에 의뢰해서 제출했다.


 

<이공> 공돌이는 웁니다

4년간 배운 이론과 원대한 포부만으로 실험에 도전하기엔 갈 길이 멀다. 

 

 

# 분명 팀플이랬는데 난 왜 혼자 하고 있지? 건축학과 F씨

일단 우리 과는 졸작을 다 팀플로 만들어야 해서 그것부터가 스트레스였다. 모형 만들고 팸플릿 제작까지 직접 해야 하는데 잘못하면 한 명한테 일이 몰린다. 우리 조는 총 세 명이었는데 중간에 한 오빠가 공기업 취업되고 나서부터 완전 졸작은 손 놔버리더라. 게다가 다른 한 명은 내 전 남친….

그래서 팀플임에도 거의 다 나 혼자 해야 했다. 오죽하면 학과 언니들이 불쌍하다며 모형 제작을 도와줄 정도였으니까. 취업 시즌이랑 겹치는 만큼 소홀하게 임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정작 교수님들은 한 사람이 일을 다 떠맡는 것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더 속상했다.

 

# 조 짜기 눈치 게임 멀티미디어공학 G씨

‘프로그래밍 천재 한 명은 무조건 끼고 조를 짜야 한다.’ 졸업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부터 선배들에게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었던 조언이다. 하지만 천재는커녕 눈치 싸움하기에도 정신이 없었다. 내가 복학하기 전 이미 한 학기를 함께하며 친해진 학생들 틈바구니에서 결국 나는 중국인 유학생 2명과 한 조가 됐다.

어색하고 말도 잘 안 통하다 보니, 결국 내가 따로 발전금을 받아 제작 중이던 앱을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1부터 100까지 내가 코딩하고 이미지를 만든 그 앱을! 팀원들은 배경과의 조화나 컬러, 자리 배치 정도 코멘트 해준 게 다였다. 물론 걔들 덕분에 마신 캔 커피가 고맙긴 했지만….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조 짜서 과대가 정리해오도록”이라는 교수님 말이 끝난 직후 요란하게 움직이던 눈동자와 무서우리만치 조용했던 침묵을.

 

# Please, show me the money 전기전자공학과 I씨

난 진짜 맨날 야작하면서 졸작 열심히 만들었다. 결과물이 너무 조잡해서 그렇지…. 시작하기 전엔 원대한 꿈을 꿨지만, 현실은 학교에서 받은 지원금 30만원이 전부. 부재료에 불과한 철골 조금 샀는데 10만원 나오더라. 결국 예상했던 것보다 아주 귀엽고 깜찍한 사이즈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내 인생에 살이 찐 적이 없는데 그 작업할 때 스트레스로 찐 살이 아직도 안 빠진다.

 

# 졸업 작품 빌리러 왔습니다 컴퓨터공학과 H씨

난 10학번인데, 우리 학교의 경우 의미 없다는 의견이 많아 내가 졸업할 때부터 졸작이 폐지됐다. 그 전까지 선배들 중 열에 여덟은 타 학교 친구들에게 50~100만원 정도 대여비를 내고 졸업 작품을 빌려왔다고 한다. 우리 학교만의 얘기는 아닌 게, 공대 쪽에는 잘 만든 졸작 하나 열 알바 안 부럽다는 얘기가 나돈다. 중국·인도에서 온 유학생들에게 의뢰하기도 한다. 걔들이 뚝딱 만들어내는 걸 보면 기쁘면서도 자괴감이….

 

# 누구를 위한 졸업논문인가 전기전자공학과 J씨

우리 학교는 졸업 논문을 써야 했다. 티오가 있는 대학원 랩 중 원하는 주제를 연구하는 곳에 지원하면, 교수님이 학생을 뽑아가는 구조였다. 당연히 그 주제를 직접 연구하진 못했고, ‘클리핑 봇’처럼 시키는 대로 연구 결과만 수집했다.

문제는 나같이 대충 써도 본인 연구에 바빠 쉽게 통과시켜주시는 교수님이 있는가 하면, 아주 꼼꼼히 확인해서 영혼까지 털어버리는 교수님도 있다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진심 대학원 진학 생각이 있는 친구들이 많이 가더라. 결국 졸업 논문은 대학원 입학을 앞둔 학생들에게는 다가올 대학원 생활의 맛보기가 될 수 있겠지만, 나처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는 학생들에게는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음악 + 무용> 교수님 고정하세요

태어나서 한 번 뿐인 졸업공연, 교수님한테 팀킬 당했다.

 

 

# 졸작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나 무용과 K씨

학부 동안 배웠던 전공에 대해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졸업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제, 음악, 의상, 작품 표현 방식 등에 대해 내 생각보다는 교수님의 조언을 일방적으로 따라야 했다. 나 같은 경우 작품을 위해 작곡한 음악에 대해 컴플레인이 있어서 총 3번 음악을 바꾸고 의상 또한 여러 번 바뀌어서 공연 직전까지도 애를 먹었다.

그런데 이렇게 음악이나 의상에 수정이 들어갈 때마다 비용이 추가된다. 졸업 작품을 준비할 때는 아르바이트 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비용을 부모님께 부탁드려야 하는 게 또 죄송하고… 능동성을 강조하는 졸업 작품이 오히려 나를 수동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피아노과 M씨

졸업 작품을 위해 교수님을 처음 뵙고 연주를 들려드리면 말씀하신다. 하루에 10시간씩, 그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그래서 피나게 연습해 다시 찾아가면 또 말씀하신다. 다른 곡이 어떻겠냐고. 수없이 공들여온 그 곡이 단 1분 만에, 교수님 말 한마디에 바뀌는 것이다.

교수님의 말은 선물에 따라 바뀐다. 스승의 날 교수님 방에 가면 온갖 명품들이 쌓여 있는데, 심지어 나의 전공 교수님은 갖고 싶은 물건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기까지 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버텼건만, 요즘 연락해보면 동기들 중 절반은 놀고 있다. 하….

 

# 우리 그냥 연습하게 해주세요 피아노과 L씨

우리 학교는 매년 교수님들과 졸업연주회 직전, 곡 리스트 확인을 겸해 오디션을 진행한다. 오디션을 무사히 마치면 리스트대로 연습을 시작한다. 교내 연습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나중엔 마음이 급해진 나머지 집에서 계란판 벽에 두르고 연습하다가 층간소음으로 아래윗집 민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런데 졸업연주를 2주 앞두고 한 교수님이 갑자기 곡 하나를 빼라고 하시더라.

심지어 내 담당 지도교수님도 아니셨는데…! 내 연주 리스트 4곡 중 2곡의 느낌이 비슷하다는 게 이유였다. 2주 밖에 안 남은 시점에 제대로 연습해보지도 못한 곡을 꾸역꾸역 대체 곡목으로 넣었더랬다. 물론 연주회 당일, 폭망ㅜㅠ 아직도 너무 너무 아쉽다. 제대로 연습 중이었던 곡을 연주했다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 단 몇 만원만이라도 작곡과 N씨

졸작 준비 과정은 분명 의미 있었다. 전공자로서의 자부심과, 내 작품에 대한 애정까지 느낄 수 있었으니. 하지만 내가 작곡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려면 그 악기 전공자에게 ‘연주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게 꽤 부담스러웠다. 곡을 연주하는 데 악기가 1대만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한 사람당 4만원씩만 잡아도 악기가 5대면 20만원. 학생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학교에서 졸업생들에게 아주 일부의 금액만이라도 지원해주었더라면 더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미술> 내가 이러려고 미대에 들어왔나

입학 때의 원대한 포부는 온데간데 없고 몸과 마음 축내가며 간신히 기한 맞춰 낸 작품… 꼴도 보기 싫다. 

 

 

# ‘고퀄’은 비싸다 회화과 O씨

졸업반이 되기 전부터 타과 미대생 친구가 선배 졸업 작품 때문에 밤낮없이 고생하는 걸 보며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자기 과제만 하기에도 벅찰 텐데 방학에까지 나와서 다른 선배의 일을 돕는 모습이 친구로서 안타까웠다. 전공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미대생은 건강에 안 좋은 재료를 다뤄야 할 때도 많은데, 저러다 몸까지 상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알바니까,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밥값이나 야식 말고는 제공되는 게 없다고…. 최소한 최저시급만큼의 일당은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친목이라는 명분으로 선배들이 반 강제적으로 후배들을 데려다 쓰는 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모든 미대생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나쁜 대물림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내가 속했던 과는 다행히 그런 관례는 없었다.

하지만 졸업 작품의 문제는 그 외에도 차고 넘쳤다. 교수님들은 졸업 작품에 대한 얘기를 하실 때마다 ‘고퀄’ 작품을 요구하셨다. 그런데 그 ‘고퀄’ 작품들은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만 만들 수 있더라. 졸업하기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개 알바까지 뛰어가며 번 돈으로 졸작을 만들어야 하는 게 우리나라 미대생들의 현실이다. 만에 하나 졸업을 못하면 결국 본인만 손해니까.

그 와중에 파벌이 나뉜 전공 교수들끼리의 은근한 알력 싸움은 우리 마음을 더 쪼그라들게 한다. 이 수업, 저 수업 옮길 때마다 “나보다 다른 교수의 말을 더 듣는 게 아니냐”는 뉘앙스의 얘기를 꼭 한 번씩 듣게 되고,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때도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편하다. 이뿐이랴, 힘들게 돈과 에너지를 쏟아 작품을 완성해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예산 자체가 워낙 적다 보니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변수가 연거푸 발생한다. 이를테면 12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전시장을 겨우 빌렸는데, 참가 인원을 초과하는 바람에 몇몇 작품은 구석으로 옮겨야 하는 경우. 1년 내내 준비한 작품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작품을 실어 나를 때 추가되는 용달 비용, 어느 자리에 설치할지를 놓고 벌이는 신경전, 작품을 걸 때 사용하는 못 개수까지 사소한 문제들이 폭주한다. 과연 작품에만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일까? 매해 이런 식으로 겨우겨우 마무리한 전시회가 열리고, 창고에 처박히게 될 도록만 남는다(이 도록 제작에도 돈이 엄청 깨지지). 교수님에게 배당되는 연구비 중 단 몇 퍼센트만이라도 학생에게 투자했더라면, 어땠을까?

 

# 취업이냐 졸업이냐 산업디자인과 P씨

졸업 예정자들의 목표는 대부분 취업 아닐까? 근데 졸업 전에 ‘취뽀’한 애들은 출근을 하면서 졸업전시회도 같이 준비해야 한다. 우리 과는 졸업 전시회를 논문이나 다른 과제로 대체할 방법도 없었다. 4년 내내 그렇게 취업을 장려하더니, 왜 ‘졸업 전시회’로 원활한 직장 생활을 방해하는가.

상사들한테 양해 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내 경우엔 결국 비슷한 처지의 동기들과 그룹으로 작품을 제출했는데, 회의와 작업에 자주 빠지다 보니 미안한 마음에 기프티콘만 줄창 보냈다. 인턴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 여기서도 무한 이기주의 제품디자인과 Q씨

우리 과의 경우, 완성품을 만들어야 하기에 학생이 혼자 제작하는 게 힘들다. 그럼에도 고생해서 완성도 있게 내놓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여기저기 업체에 맡겨 돈 주고 결과물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 매년 졸업 전시회에서 비슷한 스타일이 반복적으로 전시되는 이유다. 그걸 자기 작품이라 할 수 있을까?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몇몇의 이기주의가 드러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촬영 콘셉트, 도록 등은 함께 전시회를 여는 동기들과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 전시회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기적인 사람들은 논의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자기 작품 설치가 끝나면 쏙 빠져버린다. 남들 도움은 다 받아놓고.

 

#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동양화과 R씨

고등학교 3년 내내 ‘입시 미술’로 습득한 기계적인 기술로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다 보니 대학에 와서도 늘 내가 원하는 작품성과 교과서적인 결과물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학부 수업에서도 성적을 잘 받기 위한 작품을 만들었으니까. 물론 훌륭한 교수님도 계시긴 했지만, 현실은 꿈꿔왔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졸업 전시도 마찬가지였다.

원래는 4년간의 교육을 결과물로 보여주는 자리지만, 다들 비용과 시간에 쫓겨 완성하기에 급급했다. 졸업을 앞둔 전공생들의 창작관이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아예 낄 자리가 없었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아쉬움이 밀려온다. 졸업 후 작가로서 활동하고픈 친구들은 더욱 아쉽지 않을까.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수록 결국 현업에서 자신의 능력을 살리는 전공생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 여기서도 갑질? 사진학과 T씨

요즘 또 새로운 졸업 전시가 진행 중일 테니 너무 안 좋게 얘기하고 싶진 않지만…. 갤러리들이 대학생들에게 일종의 ‘갑질’을 한다. 꽤나 이름 있는 갤러리를 대관하게 되었는데,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을 냈다. 갤러리는 매년 하는 장사일 텐데 학생들 사정은 전혀 봐주지 않았다.

심지어 오프닝 전날, 설치를 저녁 8시까지 끝내고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제대로 설치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음 날 전시를 오픈해야 했다. 학교 측의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졸업하기 위해 꼭 해야 하는 거라면 학생들에게 국가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내 걸 내 거라 부르지 못하고 시각디자인과 S씨

도자가 부전공이라 졸업 작품을 두 개 냈다. 그런데 일단 작품은 전공 교수님의 의견대로 만들어진다고 보면 된다. 내 의견은 다 묵살된다. 만들다 보면 교재에 나온 작품이랑 똑같아진다. 실제로 그걸 보고 만들라는 말씀도 하시고. 그러니 다들 자기 이름으로 내기 싫어한다. 전시회 끝나면 작품들도 다 쓰레기통 직행이고. 내 작품이 아니니까. 그리고 심사할 땐 전공 분야와 무관하게, 영향력 있는 교수님이 평가를 좌우한다.

도자 인형을 섬유 전공 교수님이 심사하셨는데, 옷을 입혔으니 이건 도자가 아니라 섬유라면서 다시 만들라고 하시더라. 그럼 그때부터 교수님을 설득해야 한다. 나 같은 애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일괄적으로 내는 졸업 전시회 비용에 ‘교수님 식사 비용, 선물 비용, 다과 비용’이 다 포함된다. 그러니 돈이 엄청 들지. 졸업 작품 준비하는 우리 밥값도 안 나오는데 교수님들 밥값은 왜 내줘야 하는 거지?


 

<극작 + 연기 + 연출> 이 바닥이 원래 이런 건가요

등잔 밑이 어둡다고? 조명 뒤는 처참하다. 

 

 

# 졸업 작품이 아니라 구걸 작품 연극영화과 연출전공 U씨

졸업 작품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건 숨 쉬는 자리마다 돈이 샌다는 뜻이다. 연기자는 그래도 자기 밥값, 의상 비용, 메이크업 정도만 지출하면 되지만, 연출은 캐스팅한 배우들 페이도 지급해야지, 학교 장비는 한정적이니 카메라며 장비 대여해야지, 촬영장 섭외하고 촬영지까지 이동하는 경비도 다 돈이다.

지방 촬영이라도 하게 되면 숙소비도 나간다. 촬영감독, 음향감독, 드라마투르기, 배우 등은 비용 때문에 같은 과 선후배나 지인을 섭외한다 쳐도, 굶길 수는 없지 않나. 술값은 못 내줘도 밥값은 내야 하는데….

 

# 원치 않는 지출은 스튜핏 문예창작과 W씨

우리 학교에서는 시와 소설 중 하나를 골라 졸업 작품으로 제출하고, 학생들의 글을 모아 매년 작품집을 출간한다. 정식 출판 등록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같은 글을 신춘문예에 투고할 수 없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다른 곳에 활용하고픈 욕심이 큰데 아쉽더라.

비용도 적지 않은데 이건 또 학생들 몫이다. 1인당 20만원 넘는 돈을 내야 한다. 정작 과 동기들 중에는 정식 출판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졸업 작품을 내려면 무조건 비용도 지불해야 해서 불만이 많다.

 

# 의미 없는 통과의례 연극영화과 연기전공 X씨

졸업하고 돌이켜 보자니, 연기자든 연출가든 극작가든 업계에서 활발히 현역으로 활동 중인 교수들은 학사 과정에 열심히 참여할 수가 없는 바쁘신 몸이고, 교육자로서 충실하신 교수님들은 졸업 후 업계에 나갔을 때 나를 이끌어줄 수가 없다.

그래서 졸업 공연은 오로지 졸업의, 졸업에 의한, 졸업을 위한 과정이 된다. 졸업하고 전공으론 벌어먹고 살 길이 막막한 예술대학 졸업생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졸업 후 연기 활동 대신 취업을 결정한 내겐 의미 없는 통과의례 같았다. 학기 중에 임했던 작품과의 차이점은 ‘졸업 작품’이라는 타이틀밖에 없었거든.

 

# 캐스팅이 왜 이래? 연극영화과 연기전공 V씨

아무래도 졸업 작품에는 배역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근데 교수님 마음대로 연습에 많이 참여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배역을 나누더라. 연기에 대한 열정이 크지 않은 친구가 분량이 많은 역을 맡고, 반대로 열의가 넘치지만 중요한 일로 연습에 참석 못 했던 친구는 너무 비중이 작은 역을 맡게 되었다.

지인을 졸업 공연에 초대하기도 민망해질 정도의 분량이었다. 근데 교수님이 연습 진행을 더디게 하셔서, 중요한 연습은 결국 다 똑같이 참여했다는 게 함정.

 

 

# 교수님이 날 싫어해 연극영화과 연기전공 Y씨

대부분의 예술 관련 학과가 그렇듯, 연기도 교수·학생 간의 친밀도가 매우 중요하다. 개인 작품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공연의 경우에는 교수와 얼마나 친한지에 따라 배역도 정해지고, 연습 과정 속에 코칭의 깊이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학과의 여러 교수 중 그 해 졸업 작품을 담당하는 교수가 누구일지는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 평소 성향이 잘 안 맞는 교수님이 걸리면 암전. 그 교수가 아끼는 학생들에게 밀려 졸지에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대놓고 차별하는 교수들에게 한마디 애정 어린 조언과 지도를 받기 위해 급한 아부를 떨었던 내 모습이 후회스럽다.

 

# 밑 빠진 독에 돈 붓기 연극영화과 연출전공 Z씨

많은 학생들이 졸업 작품 제작비 지원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 비단 연극영화과뿐 아니라, 예술 전공 학과 전반이 그렇게 느낄걸? 보통 예술대가 내는 등록금이 500만원 선인데, 학교에서 보유한 기자재나 편집 장비, 그리고 작품을 찍어낼 때마다 받는 지원금은 턱없이 모자란다.

우리 학교는 졸업 작품 한 편당 30만원을 지원해주는데, 올해 졸업 작품의 평균 제작비는 거의 1000만원에 수렴한다. 공연과는 대부분 졸업 공연에 참여한 모두가 졸업 인정을 받는 데 비해, 영화과의 연출 전공은 해당 작품으로 연출자 혼자만 ‘졸업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제작비는 연출자 개인의 돈으로 충당해야 한다. 물론 연출자가 기획한 작품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는 하지.

기획만 천재적으로 잘한다면 어쩌면 30만원으로도 찍을 수는 있으니까. 하지만 현실을 따져보자. 요즘은 미디어 영상 품질이 고화질(4k)로 좋아졌기 때문에 장비들까지 고급화되었다. 배우의 눈을 크게 클로즈업하고 싶은데, 학교에 맞는 렌즈가 없다면? 외부에서 빌려야지. 고급 렌즈 같은 장비의 대여료는 보통 50만원부터 시작한다.

특히 영화는 매초가 돈이다. 필수적인 촬영 기자재, 스태프들의 식대와 숙박비, 교통비 및 소품 이동비, 장소 대여비, 지방 로케이션비만 따져도 수백만원은 기본으로 나간다. 연출자가 시나리오를 쓸 때 ‘비 내리는 아침’이라는 한 구절을 쓰고 싶어도 ‘비 내리는’이라는 네 글자 때문에 살수차를 써야 하는 상황이니,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제작비까지 고려해야 하는 거다.

그렇다고 미장센을 만들 수 있는 모든 영화적 소품·장소 들을 기획 단계에서 빼버리면, 결국 다들 자취하는 원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만 만들게 되겠지. 이런 현실 때문에 진짜 진로에 도움될 ‘작품’ 보다는 졸업만을 위한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졸업 후 실제로 영화를 하겠다는 학생도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영화에 대한 꿈을 꾸었다가 현실을 보고 환멸을 느끼니까.

학기 중 제작 실습만 해도 몇 백만원씩 깨지니 졸업 작품까지 도달하지도 못하고 그만두는 학생들 역시 적지 않다. 알다시피 촬영 현장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군대식 문화에 대한 비판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밥 안 주는 촬영장, 스태프를 재우지 않는 촬영장 등 비인간적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제작비가 올라간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를, 예술을 배웠다는 우리가 제작비 깎겠다고 또다시 열악한 환경으로 스태프를 몰아넣을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원래 그 정도 돈을 들였어야 하는 작업이 맞는 건데. 사실 제작 지원비 30만원보다는, 학교 측에서 우리의 등록금이 정확히 어떤 곳에 쓰이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지금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학생들이 개선을 요구해도 교수님이나 학교 선에서 반려당하기 마련이니까. 대체 왜 학교란 공간에서 소통 없이 학생들에게 무자비한 권력을 휘두르려 하는지 모르겠다.


[836호 –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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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2 어서와 20대는 처음이지 #유흥편 [2] 에라디야 814 2018.07.02
5231 실용음악학과 순위 [2] 노래하는여자 1398 2018.06.29
5230 전국 미대 순위 [3] 미자 4635 2018.06.29
5229 방학 기간에 정주행하면 더 재미있는 드라마 7 [2] 꾸르잼 801 2018.06.29
5228 대학생 여름방학 필수 혜택 총정리 6 [2] 꾸르팁 874 2018.06.29
5227 국문과 후배님들이 배스킨 가자 할 때 대처법 [2] 객그 582 2018.06.28
5226 교환확생을 가면 좋은 이유 [2] ㄹㄹㄹ 499 2018.06.28
5225 미국특수전공 (간호학) 간호대학랭킹 best20 [2] 나이팅게일 1003 2018.06.28
5224 펌) 전국 대학교 등록금 순위 [3] ㄴㅇㄹ 6254 2018.06.28
5223 지친 대학생에게 용기를 주는 책 8권 [1] 486 2018.06.28
5222 더위 식혀줄 시원한 여름 영화 8 [2] 호잇 561 2018.06.28
5221 대학생이 좋아하는 언론인 순위 [2] 는내다 634 2018.06.27
5220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에 관하여 [2] 빠리피뽈 441 2018.06.27
5219 카톡 없을 땐 팀플 어떻게 했을까? [2] 깨깨오토크 427 2018.06.27
5218 효과적 스케줄러 사용법 7 [2] 어어 511 2018.06.27
5217 대학생 여름철 자취 꿀팁 10 [2] 꺄륵 568 2018.06.27
5216 국민대 입학선물 클라스 [2] 우리안의연결고리 878 2018.06.26
5215 요즘 학생 대부분이 공감하는 문제 [2] 유알어스튜던트 640 2018.06.26
5214 국내 대학교 캠퍼스 순위 [2] 띠로리 1198 2018.06.26
5213 대학교 학식 best5 [2] 학식왕 557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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