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에게 영어의 왕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무료다. 하지만 이 왕도를 여러분의 것으로 만들려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왕도라는 것은 바로 '받아쓰기 연습'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주변에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허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학습을 어떤 학문 이론을 배우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듯 하다. 하지만 영어는 하나의 언어일 따름이며, 언어는 머리로 공부해야 하는 이론이 아니고 몸으로 체득해야 하는 것이다.

언어의 체득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는 과정을 살펴보면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단어를 수없이 반복해서 청취함으로써 비로소 한 단어를 체득하게 되고 그 다음 단어를 똑같은 방법을 통해 습득하게 된다. 이 간단한 진리를 자신의 영어방법에 적용하면 가장 확실하게 영어를 익힐 수 있다.

비교적 지루함을 덜 느끼면서 같은 문장을 정확하게 반복 청취할 수 있는 방법은 Dictation, 즉 받아쓰기이다. 매일 1~2분 정도의 영어테이프를 완벽하게 받아쓰는 연습을 계속해가면 영어의 듣기, 쓰기, 말하기가 동시에 해결된다. “들리지 않는 테이프의 영어를 어쩌란 말이냐”고 묻는 분에게는 ‘독서백편의자현’이란 고사성어처럼 “백번 들어 안들리는 영어는 없다는 확신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AFKN이든 CNN이든 BBC든 상관이 없다. 뉴스든 드라마든 토크쇼든 그것도 관계가 없다. 자신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어방송을 1~2분 정도 녹음하면 된다.

물론 테이프는 1~2분이라지만 받아쓰는데는 한두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텍스트(Text)가 없는 테이프를 선택하는 것이 빠른 실력향상을 위해 좋다.

필자가 외국어대 통역대학원에 입학한 뒤 처음 받았던 과제물은 잡음 투성이의 BBC단파방송 테이프를 받아쓰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누구도 이 테이프를 다 받아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듣고 또 듣기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었다. 무슨 기계음처럼 윙윙거리며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테이프의 내용을 거의 다 받아쓸 수 있게 되었고 어느새 그 문장을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학도들에게 가장 통렬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통역대학원 2년 동안 망가트린 카세트 및 테이프도 많았지만 그런 투자가 밑거름이 되어 그후 쓰고 말하는 영어가 자연스럽게, 그리고 완벽하게 구사될 수 있었다.

받아쓰기는 반드시 통역대학원 지원자가 아니라 어떤 수준의 영어학습자에게도 좋은 방법이다. 시중에서 인기를 모은 어떤 책도 받아쓰기를 강조했는데 너무 당연한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받아쓰기가 실질적인 듣기능력 향상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눈으로 보고 손으로 움직이는 것이 장애가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받아쓰기를 직접 실천해 보면 이같은 지적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확신을 갖고 말하는 것은 누구나 영어의 달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지 누가 과연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느냐가 중요하다. 하루에 10시간을 몰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매일, 되도록 일정한 시간에 받아쓰기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이 더 낫다.

물론 아무리 의지가 투철하더라도 매일 일정한 시간을 투자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이틀 게으름을 피우다보면 영어의 흐름이 끊겨 그간의 수고가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괴로운 작업에 조금만 힘을 기울이면 머지않아 달콤한 시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