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은 평이하게 해석하면 진단서가 없으면 휴급이 없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unless 절을 If you do not have a doctor’s note, 혹은 without a doctor’s note로 바꿔도 큰 차이가 없죠. 즉, 평이한 의미의 unless는 사전에 나온 대로 if not과 매우 유사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1번은 다음과 같은 해석도 가능합니다: 휴급은 없어요 + 진단서가 있다면 모르지만. 진단서가 있으면 휴급이 가능하다는 말이죠. 먼저 해석은 원칙을 평이하게 서술하는 것이라면 이번은 예외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입니다. 이것은 if not으로는 표현이 안 되죠. if not은 “진단서가 없으면”으로 뜻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if not이 가지지 못한, unless 특유의 맛을 맛볼 수 있습니다.

첫째 해석은 주절을 강조하고 둘째 해석은 예외를 강조합니다. 전자에서 unless의 의미는 “(예외가) 없는 한”이고 후자에서는 “(예외가 있다면) 모르지만”입니다. 한국어 표현이 두 해석의 차이를 잘 나타내 주네요:

주절 강조: 휴급은 없다 + 진단서가 있는 경우를 빼고는 = 진단서가 있지 않는 한

예외 강조: 휴급은 없다 + 진단서가 있는 경우를 빼고 = 진단서가 있다면 모르지만 

결국 두 해석이 기본적인 내용은 같지만 말을 하는 관점이 다른 것입니다. 분명하게 원칙을 강조할 때는 주절을 강조하는 관점을 취하고,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의 사정을 봐줘야 할 상황에 있다면 예외를 강조해 말하겠죠. 물론 이 두 관점을 항상 정확히 구분해야 하는 것은 아니죠. 그 구분을 분명히 의식하지 않고 말해도 좋은 상황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두 관점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죠.

2번도 주절을 강조하는 경우 TV 시청을 취미라 하지 않는 한 아무 취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Bob을 비꼬는 말이 될 수 있죠. 즉, TV 시청은 취미가 아니라는 전제를 딱 가지고, 그는 취미생활은 없고 TV만 본다는 우회적인 공격의 효과를 거두는 것입니다. 반면 예외를 강조한다면 TV 시청을 취미라 할 수도 있다는, 좀더 개방적인 태도로 말하는 것이죠: 그는 취미가 없어요 + TV 시청을 취미라 한다면 모르지만. 취미를 가졌다고 할 수도 있는 가능성에 무게를 주는 것입니다.

3번은 예기치 못한 일이 없는 한 만날 것이라는 단순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주절 강조),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서 못 만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암시를 담은 말일 수도 있습니다 (예외 강조). 마찬가지로 4번은 창문을 대개 열어놓고 잔다는 단순한 일상의 묘사일 수도 있고 (주절 강조). 정 추우면 창문을 닫고 잘 수도 있다는 특별한 상황의 언급일 수도 있습니다 (예외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