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 do는 좀 지루한 동사로 보입니다. 동사 do는 주로 보조동사로 사용되고, 본동사로는 'do homework, do exercise', 등 아주 간단한 데만 쓰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네이티브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리 저리 써먹을 데가 많은 재주꾸러기죠. 그래서 오늘은 이 넘의 숨은 재주를 속시원히 밝혀 보고자 합니다.

우선 아래 부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먼저 확인해 봅시다.
다음 예문의 괄호에 각각 적절한 동사를 넣어 보세요.

1. 저는 마약은 하지 않아요.
⇒ I don’t (         ) drugs.

2. (페인트칠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제 사무실은 파란 색으로 할 겁니다.
⇒ We're going to (         ) my office in blue.

3. 미용사가 세시에 저를 해 줄 수 있다고 했어요.
⇒ The hairdresser said she could (         ) me at three.

4. 다음주에 점심을 같이 합시다.
⇒ Let's (         ) lunch next week.

단어를 찾기가 힘드셨나요? 1번은 'take' 정도, 2번은 물론 'paint', 3번은 'take care of'나 'serve', 4번은 'have', 이런 식으로 하셨나요?

그러나, 정답은 모두 do입니다.

1번에서 ‘take drugs’ 라고 하면 ‘마약’이 아니라, 일반적인 ‘약’을 복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2번에서는 ‘paint’를 써도 되지만 페인트칠에 대해 말한다는 것을 듣는 사람이 알고 있을 때는 그냥 ‘do my office’ 라고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이것은 우리말과 마찬가지입니다. 내용을 서로 알고 있을 땐 굳이 “파란색으로 칠한다”고 안하고 그냥 “파란색으로 한다”라고 말하죠?

Do는 이렇게 우리 말과 같이 종종 상황에 의존하여 쓰이고 또한, 그 상황은 여러 가지로 가능합니다. “거실은 오후에 할게요”라고 하면 상황에 따라 청소를 한다는 말이 될 수도 있고, 칠을 한다, 정리를 한다, 도배를 한다, 등을 의미할 수도 있지요? 이걸 영어로는 바로 “I want to do the living room this afternoon.” 이라고 하면 되고, do의 의미도 마찬가지로 상황에 따라 정해집니다.

엄청 편하죠?

3번은 ‘serve’는 아니고, ‘take care of’는 틀리지는 않지만, ‘do’가 더 간결하고 편합니다.
’Do me’라는 표현도 상황에 따라 ‘머리를 손질하다’ 외에 ‘벌하다’, ‘속이다’, 등 여러 가지 상황에 쓰일 수 있습니다.

4번에 ‘have’를 쓸 경우는 ‘together’를 같이 써 줘야 하는데, 그냥 ‘do lunch’ 하는 게 좀 더 박력 있습니다. ‘Do lunch’는 주로 미국식 영어인데, 이걸 써주면 네이티브 냄새를 푹푹 풍길 수 있어요.

“아하, 그럼 이제부턴 have lunch는 절대 안 쓰고 일편단심 do lunch만 써야겠넹~!!!”

하하, 그건 좀 곤란합니다. ‘Do lunch’는 점심을 제안할 때만 제한적으로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입니다. “Maybe we can do lunch sometime” (BE) (언제 같이 점심이나 하죠)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 외는 “Sometimes we had lunch together.”(BE) (가끔 우리는 점심을 같이 했어요) 같이 have를 씁니다.

(BE): Bank of English 코퍼스에서 발췌 (‘코퍼스’는 실제 사용되는 영어텍스트를 모아놓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자, 이 용례들을 보면 목적어와 같이 쓰일 때, do가 “하다”와 박자가 딱딱 맞는군요. 이렇게 편리하고, 기특한 놈을 두고 왜 힘들게 다른 동사를 찾으려고 애쓰셨어요?

다른 예들을 좀 더 볼까요? 
 

숙제를 하다 ⇒ do one's homework
설거지를 하다 ⇒ do the dishes
빨래를 하다 ⇒ do the laundry
디자인을 하다 ⇒ do design
닭고기를 하다 ⇒ do chicken
머리를 하다 ⇒ do one’s hair
학위를 하다 ⇒ do a degree
사업을 하다 ⇒ do business
주식을 하다 ⇒ do stocks

물론 do만을 써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do the dishes 대신 wash the dishes,
do chicken과 do a degree 에서 대신 cook과 get을 쓸 수도 있습니다. do one’s hair에서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cut, curl, perm', 등으로 대체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 바득바득 우기고 있는 것은 먼가~ 하면 do를 쓰는 것이 훨씬 편하고 자연스런 경우가 많이 있다는 사실이죠.

그리고 가끔씩 do 외에는 쓸 수 없는 고정표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do the laundry를 wash the laundry라고 하면 좀 어색하게 들립니다. 또 위에서 do drugs도 다른 동사를 쓰면 의미가 바뀌기 때문에 do만을 고집한답니다.  이건 순전히 네이티브들의 버릇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 학습자들은 속수무책, 거저 자꾸 듣고 쓰고 해서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죠.

“근데여~, 이렇게 ‘하다’에 마냥 do를 써버리면 콩글리쉬가 아닌가여? 영어가 이렇게 쉬우면 점 불안한뎅~”

걱정하지 마세요. 이 용례들은 제가 만든 것이 아니고, 영영사전에 나온 do의 예문을 정리한 것이니까요. 때로는 우리는 영어를 불필요하게 어렵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런 것이 우리 학습자들과, 영어를 쉽게 하는 네이티브들과 구분되게 하는 요인입니다.

“그럼요~ 목적어에 ‘하다’가 나오면 무조~건, 가차없이 do를 쓰면 되나여?”

물론 그렇지는 않죠. 우선 “말을 하다”는 speak, “전화를 하다”는 call입니다. 그리고 “목걸이를 하다”는 wear a necklace, “선물을 하다”는 give a gift로 써야 합니다.

왜냐면, do는 이런 구체 사물들과 같이 쓰일 경우, 그것에 어떤 작업을 하다, 만들다, 만들어 제공하다 (팔다), 등의 의미가 강합니다. do the dishes, do my hair, do chicken, 등 위의 예를 생각해 보세요.

그래서, do necklaces, do gifts 라고 하면 ‘목걸이/선물을 만들다, 팔다’, 등으로 이해가 되겠죠.

다음 칼럼에서는 목적어에 “하다” 이외의 동사를 쓸 경우, 즉, ‘벽을 수리하다, 고기를 굽다’, 등의 경우 ‘do’에 또 어떤 숨은 재주가 있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영작을 통해 오늘 이해한 것을 다져 봅시다.

1. 우리는 실내 실외 디자인을 다 합니다.
2. 오늘 저녁에는 닭고기를 합니다.
3. 이번엔 Jim이 설거지를 할 차례다.
4. 그는 박사학위를 하바드에서 했다.
5. 러시아인들은 미국 회사들과 사업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6. 머리는 어디서 하세요?

예문을 항상 가까이 합시다. 어휘 사용을 터득하는데 있어서, 예문이 설명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 꼭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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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1. We do both interior and exterior design.
2. I’m doing chicken for dinner tonight.
3. It's Jim's turn to do the dishes.
4. He did his Ph.D. at Harvard.
5. The Russians were not ready to do business with American companies.
6. Where do you get your hair done?